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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대부분 '나홀로 혁신'…"'NH신드롬' 버리고 스타트업과 협업해야"
83%가 내부 혁심만 인정…외부 아이디어 배척 분위기 여전
글로벌기업 52%, 스타트업 최신기술 도입·협력…개방형 플랫폼 과제로 제시
2019-11-13 16:07:56 2019-11-13 16:10:13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달리 제품·공정 혁신이나 연구개발(R&D)의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폐쇄형 혁신(이노베이션) 구조를 가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과 연계한 개방형 이노베이션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가 13일 발표한 '글로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제품 혁신의 83%, 공정 혁신의 79.9%가 기업 내부에서 이뤄지고 직접 개발한 기술만 인정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업 상황도 유사해 국내 서비스업 상품 혁신의 68%, 프로세스 혁신의 79.2%가 자체개발로 이뤄졌다. 특히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외부 협력비율은 2013년 8.62%에서 2016년 5.42%까지 떨어졌다.
 
이런 조사 결과 이면에는 현재 대기업들이 파괴적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려운 기업 체질과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고 특히 내부에서 직접 개발한 기술만 인정하고 외부 아이디어를 배척하는 'NIH 신드롬'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중소벤처기업의 경우에도 외부와 연계하지 않는 '나홀로 R&D' 성향이 강해 정부의 연간 1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R&D 지원에도 괄목할만한 성과가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이노베이션 주체 그래프. 그래픽/표영주·자료/한국무역협회
 
반면 2016년 기준 포브스 500대 기업의 52.4%(262개)는 전세계 스타트업들과 기술자문, 사업지원, 대기업 제품·서비스 및 공유 오피스 제공, 스타트업 공모전, 인큐베이터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포브스 상위 100개사의 스타트업 협력비율은 68%로 전체 평균은 물론 하위 100개사의 32%를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연계하는 가장 큰 목적으로 '최신기술의 도입·활용'(92%)이 가장 높았다. 과거 대기업들은 내부 R&D만에 적극적이었으나, 이제는 최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데 적극적이다. 이외에 '자사 비즈니스 변혁·개선(56%), 우수인재 획득(46%), 신규고객 접근(45%), 시장 관련 최신정보 수집(45%), 비용 절감(34%) 순이었다. 
 
최근 스타트업은 첨단 기술이나 트랜디한 아이템 등을 무기로 고객 니즈에 민첩·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업종·업태의 경계를 넘어 급성장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 수집·분석, 공유경제 비즈모델 등 대기업이 직접 대응이 어려운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대기업 입장에서 스타트업이 연계 파트너로서 메리트가 높아졌다.
 
글로벌 대기업의 스타트업 연계 방법 그래프. 자료/한국무역협회
 
무협은 존슨앤존슨, 레고, 바스프 등 글로벌 기업 15개사의 제품·서비스 혁신사례를 조사해 이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전담조직 운영 △다양한 인력 구성 △톱다운·바텀업 병행 △과감한 인센티브 △내부 교육 △리더의 혁신의지 △고객 소통 △빅데이터 확보 △외부 플랫폼 활용 등 9가지를 꼽았다. 미국 기업 '존슨앤존슨'은 이노베이션 전담 조직을 꾸려 대외 창구를 일원화했고 덴마크 '레고'도 전담 조직을 꾸려 혁신을 꾀했다. 
 
앞으로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함께 혁신을 상시 모색하는 개방형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구축, 제품·기술보다 서비스·비즈니스 모델 중심의 혁신, 공공 및 민간 인프라를 스타트업에게 제공하는 테스트베드 사업 활성화 등이 국내기업의 과제로 제시됐다.
 
박필재 무협 스타트업글로벌지원실 팀장은 "국내 기업들은 대기업이 산업 현장에 관한 과제를 제시하면 전세계 스타트업이 해결책을 제안하는 독일의 온라인 이노베이션 플랫폼 '비욘드 컨벤션'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대기업의 스타트업 연계 목적 그래프. 자료/한국무역협회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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