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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기술신용대출 200조 눈앞
3분기말 잔액 197조원 기록…큰폭 성장에 '부실' 우려도
2019-11-19 14:37:20 2019-11-19 14:37:2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담보 대신 기술만으로 대출여부를 평가하는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2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중심으로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에 은행권이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19일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잔액 및 평가액(잠정)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국내 17개 은행의 누적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97조6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59조2528억원)보다 23.74% 증가한 규모다.
 
표/은행연합회
 
기술신용대출은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를 토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창업 초기 기업 등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반적인 여신심사와는 달리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담보 등이 부족한 혁신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혁신·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생산적 금융’을 독려하면서 대출 실적 또한 탄력을 받는 중이다. 실제 2014년 도입 당시 89조원(12월 누적 기준)에 불과했던 대출 잔액은 지난 4월 180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월 평균 3조원씩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말에는 200조원을 넘게 된다.
 
대출 건수 또한 작년 9월말 36만4860건에서 43만8135건으로 1년 만에 27.31% 뛰었으며, 기존 대출의 연장이나 대환실적을 제외한 기술신용대출 평가액은 137조1265억원으로 1년 전의 108조399억원에 견줘 26.92% 확대됐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행별 지원실적을 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기업은행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이 전체의 83%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60조983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28조6625억원)·우리(26조6241억원)·신한(25조3891억원)·KEB하나은행(22조9059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대출 잔액을 가장 많이 늘린 은행은 수협은행(9987억원)으로 1년 새 79.84%의 성장을 보였고, 광주은행(47.59%)과 우리은행(40.03%)·대구은행(36.10%)의 대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반면 수출입은행(752억원)과 SC제일은행(1166억원)의 경우 각각 20.96%, 49.06% 줄어들며 역성장을 보였다.
 
대출건수는 기업은행이 13만6313건으로 1년 새 20.05% 뛰었고, 국민(8만585건)·신한(7만813건)·우리(5만6340건)·KEB하나(5만6210건)은행은 각각 31.83%·24.66%·36.13%· 33.84% 올랐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기술금융의 부실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기술금융 실적을 ‘줄 세우기’ 방식으로 공개하다 보니 과열경쟁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술금융의 경우 담보대출과 달리 기술력을 위주로 평가한다"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이를 무작정 늘릴 경우 부실 위험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외형 성장 위주에 치중하면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앞으로 기술금융의 성장은 심사와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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