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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질서 교란' 과징금 깎아준 금융위
과징금 상한선 최대 7억5천만원 불과 제재수위 너무 가벼워
외국인 대상 과징금 추징 강제방법도없어
2019-11-19 16:05:40 2019-11-19 17:37:11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미정보공개를 이용해 시장질서를 교란한 혐의로 홍콩소재 운용사 외국인 운용역을 적발했지만 부당이득만큼만 과징금을 부과했다. 심지어 만원 단위 잔돈은 깎아주는 선심까지 베풀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와 외국인 투자자의 범법행위 등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홍콩소재 자산운용사 수석운용역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5억8270만원을 부과했다. 금융위는 이 제재가 국제증권감독기구의 다자간 양해각서에 의해 공조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외국인은 지난해 5월 블록딜 주관사로부터 H사 주식 블록딜 정보(미공개 시장정보)를 미리 접한 뒤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자신의 펀드에서 H사 주식에 대한 매도스왑거래를 통해 공매도 주문을 냈다. 금융위는 이 운용역이 자본시장법 위반행위로 거둔 이익이 5억8271만3848원이라고 산출, 이 금액에서 10만원 미만을 절사하고 5억827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만3848원을 깎아준 것이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위반행위의 중요도와 상향·하향 조정 사유를 고려해 비율을 매긴다. 최고비율인 150%로 가중해도 최대 과징금은 7억5000만원에 그친다.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저질러도 최대 7억5000만원만 내면 끝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번 건은 위반행위 중요도 등을 감안했음에도 부당이득 금액만큼만 과징금이 부과됐다. 금융위가 증선위 의결서까지 공개하며 국제감독당국과의 공조로 외국계 운용역을 적발했다고 홍보했지만, 도리어 시장질서교란행위를 저질러도 부당이득금액만 내면 되고 그 상한선도 5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린 꼴이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과징금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13일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과징금의 상한선을 최대 5배까지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인한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을 규정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내놓았다.
 
외국소재 금융기관에는 금감원과 금융위의 감독과 조사권한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 국내 운용사의 한 운용역은 "미정보 이용행위 같은 위법행위를 저지르면 해당기관 뿐 아니라 개인적 커리어에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범법행위를 저지르면 안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외국계의 경우 적발이 어렵고 처벌이 느슨한 면이 있어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이라서 (국내 기관 권한이)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국 감독기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부당이득 환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이)과징금을 내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부당이득 회수는 당연하고, 그 이상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해 불법을 저지르면 안 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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