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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카센터’, 빵구 난 인생 때우려다 제대로 터진
한적한 시골길 국도변 ‘카센터’, 예상 밖 사건에서 벌어진 ‘빵구’
웃픈 인생 ‘재구-순영’, ‘빵구’에 목숨 건 사연…‘아이러니 현실’
2019-11-20 00:00:00 2019-11-20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카센터는 만화와 현실이 공존한다. 이미지는 완벽한 만화다. 한적한 시골길 국도변. 전혀 있을 법한 자리가 아니다. 있어선 안 되는 자리다. 그 자리에 쌩뚱 맞은 건물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카센터. 제대로 된 간판도 하나 없다. 낡은 합판 하나에 페인트로 쓴 투박한 글씨 빵구 전문이 간판이다. 이곳 사장은 외지인 재구’(박용우)순영’(조은지) 부부다. 이들 부부의 카센터 인근에선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다. 카센터는 이들 부부의 집이고 생활 터전이다. 마당 평상에 밥을 먹고 있다. 주변 공사장 덤프트럭이 수시로 오간다. 흩날리는 먼지에 순영은 먹던 밥상을 들고 부리나케 도망을 친다. 재구는 먹던 밥 그릇과 숟가락을 냅다 집어 던진다. 입에선 흩날리는 먼지가 반찬처럼 씹힌다. 이내 욕지기가 터져 나온다. 재구와 순영 부부의 카센터현실이다. 오라는 손님은 없다. 파리라도 날리면 좋으련만, 먼지만 흩날린다. 웃픈 현실이다. 재구는 이내 자신의 낡은 스쿠터를 몰고 공사장으로 뛰어든다. 울화통 터지는 속내를 터트리지만 하지만 이내 관계자들에게 들려 길바닥에 던져진다. 그 길바닥에서 재구는 쇳조각 하나를 발견한다. 이 쇳조각. 묘하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
 
영화 '카센타' 스틸. 사진/(주)트리플픽쳐스
 
빵구를 내기 시작한다. 재구는 쇳조각을 길바닥에 뿌린다. 빵구가 난 차량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먼지만 날리던 카센터가 사람 냄새, 돈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한 개에 5원하던 인형 눈알 붙이기 부업을 하던 순영도 즐겁다. 홈쇼핑 방송 결제와 취소를 밥 먹듯이 하며 현실 욕구를 해소하던 형편은 거금 8만원짜리 파마를 호기롭게 지르는 수준이 됐다. 낡디 낡은 나무 간판은 이제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간판으로 바꿨다. 이들 부부, 이제 돈 앞에서 비굴하지 않다. 당당하다. 비루한 현실은 이내 떳떳하지 못할지언정 큰소리는 칠 수 있을 법한 형편이 됐다. 빵구 난 인생을 빵구가 메워 준 셈이다. 그런데 예상 밖 상황이 터진다. 재구의 카센터 인근 공사장 여사장의 딸이 유괴를 당했다. 재구는 유력한 사건 용의자로 몰린다. 틀어 막은 빵구가 다시 터질 위기다. 하지만 상황은 뜻하지 않은 반전을 몰고 온다. 빵구 하나로 인생 반전 노리던 재구와 순영 부부, 진짜 인생 빵구 날 위기에 처했다. 잘 때운 빵구 타이어처럼 재구와 순영은 빵구를 위해 또 다른 빵구를 이리 저리 내면서 위기에 처한다. 눈에 보이는 빵구를 때우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들의 빵구 난 인생은 좀처럼 때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게 된다.
 
영화 '카센타' 스틸. 사진/(주)트리플픽쳐스
 
카센터는 기묘하다. 우선 장르적으로 블랙 코미디를 표방한다. 폐업 직전 카센터가 빵구 전문 카센터로 반전을 노리는 상황이 됐다. 불법에 가까운 방식이지만 재구와 순영은 잘 할게란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매조지 한다. ‘잘할게는 정말 빵구를 잘 낼게도 될 수 있고, ‘안 들키고 빵구 잘 낼게도 된다. 전자가 됐던 후자가 됐던 그 상황 자체가 코미디로 흐를 수 밖에 없다. 빵구를 내기 위해 한 밤 중 랜턴 하나에 의지해 길 위를 방황하는 재구. 쇳조각을 뿌리다 못해 길 위에 밖아 버리자며 나름대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순영. 이들 부부의 빵구 인생 탈출구는 나름대로 욕망의 전환점으로 그려지면서 관객들의 공감과 수긍을 충분히 이끌어 낸다. 이건 영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설정이다. 상황과 조건이 갖춰진다면 재구의 선택이나 순영의 선택은 욕망이 아닌 현실일 뿐이다.
 
영화 '카센타' 스틸. 사진/(주)트리플픽쳐스
 
이 과정과 모습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지만 결코 밀착적이지는 않다. 일종의 거리감이 잘 조율된 방식이다. 거리감은 화면 연출에서 느껴진다. 누군가 이들 부부를 쳐다 보게 만드는 화면 구도가 기묘하다. 여기서 누군가는 바로 관객들이다. ‘카센터의 재구와 순영 부부는 그 세계 속에서 여러 인물들과 대화하고 고민하고 감정을 나누는 인물이지만 결과적으로 스크린 밖 현실 세계의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내고 과시하고 변질되는 과정을 뽐낸다. 이건 동질감을 통해 스토리 집중도를 끌어 올리는 기존 장르 영화의 화법과는 조금 다르다. 무심한 듯 재구와 순영 부부의 감정 변화 과정을 지켜보고 바라보게 만든다. 오롯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하윤재 감독의 명민한 연출이다. 거리감 밀착적이지 않은 공감대는 앞서 언급한 만화적 비주얼과 맞물리면서 이 얘기의 블랙 코미디적 아이러니를 극대화 시킨다.
 
영화 '카센타' 스틸. 사진/(주)트리플픽쳐스
 
출연 배우들의 존재감도 좋다. ‘카센터스타일의 블랙 코미디 소동극이라면 각각의 캐릭터는 각자의 역할과 분량을 타고 출발한다. 하지만 카센터속 인물들은 전체의 상황에 포커싱을 맞추고 존재를 한다. 전자와 후자의 설명이 비슷하지만 크게 다른 지점은 출발 자체가 다른 점이다. 전자가 기능성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후자는 완벽하게 스토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카센터속 여러 인물들이 여기에 속한다.
 
영화 '카센타' 스틸. 사진/(주)트리플픽쳐스
 
아이디어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와 기능성을 배제한 캐릭터 배치 등 모든 것이 준수하다. 하지만 저예산 독립영화 스타일의 외피 그리고 흥행 타격감이 높지 않은 배우들. 여기에 상황을 들여다 보는 블랙 코미디 장르가 예비 관객들에게 어떤 소비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쉽게 답을 제시하기 힘들다. 뚜렷한 장점과 확실한 단점이 혼재된 영화 카센터. 오는 27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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