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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해외법인 매출 희비…신한·우리만 웃었다
미·중 무역분쟁 큰 영향…신남방정책에 동남아 강세
2019-11-20 15:55:22 2019-11-20 17:32:55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수익 다변화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해외 법인별 희비가 크게 교차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자금세탁방지 이슈, 법인 신설 및 확충 등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은행별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수익이 증가한 반면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실적은 둔화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 해외법인의 올 3분기 순이익은 모두 3749억9300만원으로 집계됐다. 4059억600만원을 기록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62% 감소한 규모다. 여기에는 지난해 청산된 국민은행 홍콩법인 순익과 작년 말 탄생한 우리은행 유럽법인과 WB파이낸스 손익이 포함됐다.
 
사진/뉴스토마토
 
순익이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이다. 올해 3분기 우리은행이 해외법인으로부터 얻은 순익은 904억4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4.3% 올랐다. 우리은행은 국내 금융권 중 가장 많은 26개국 465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실적은 동남아 지역에서 빛을 발했다.
 
실제 우리웰스뱅크필리핀의 경우 작년 3분기 900만원에 그쳤던 순익이 1년 만에 3억3900만원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6월 캄보디아 리테일 영업 확대를 위해 인수한 WB파이낸스 또한 3억700만원에서 90억600만원으로 뛰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세는 가파른 셈이다.
 
같은 기간 베트남우리은행의 순이익은 32.7% 확대된 102억500만원의 순익을 시현했으며, 우리파이낸스 캄보디아(37억6600만원)와 홍콩우리투자은행(63억7500만원),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348억2400만원)의 순익도 각각 75%, 84%, 18% 늘었다. 우리파이낸스미얀마(7억8400만원) 또한 지난해 마이너스 15억1000만원을 기록했던 것에서 상승 전환했다. 신남방 정책에 힘입은 결과다.
 
반면 우리아메리카은행(158억1500만원)과 중국우리은행(57억6000만원)의 순익은 1년 전보다 각각 6.95%, 63.10% 하락했으며 지난해 10월 법인 설립인가를 받은 유럽우리은행은 22억6500만원의 손실을 나타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과 브렉시트 영향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나빠진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업이 위축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과 달리 올해는 글로벌 전략이 질적 성장 위주로 바뀌었다"며 "내부적으로도 외형 성장에 치중하기보다는 내부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순이익 규모는 신한은행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해외법인으로부터 1892억93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이는 작년(1801억8100만원)보다 5.06%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출범한 멕시코신한은행(12억7800만원) 순익이 1년 만에 6배나 뛴 데다 해외법인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신한베트남은행(943억4900만원)과 일본 SBJ은행(539억8700만원) 등이 성장세를 견인한 결과다. 앞서 신한은행은 작년 말 베트남에 글로벌 현지 통합 모바일 뱅킹 앱 ‘베트남 쏠’을 선보인 바 있으며, 최근 인도네시아판 디지털뱅킹 플랫폼인 인도네시아 쏠(SOL)도 출시했다.
 
다만 미국에 소재한 아메리카신한은행(-14억7700만원)과 홍콩에 마련된 신한아주금융유한공사(-5억2100만원), 신한카자흐스탄은행(13억원) 등의 순익은 자금세탁관련 이슈와 저금리 등으로 인해 줄었다. 아울러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올해 2월 '차주 신용정보 지연등록' 문제로 카자흐스탄중앙은행에서 340만 텡게(약 105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등과 관련해 컴플라이언스(Compliance·규제대응) 이슈가 있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인프라와 인력을 충원하는 등 비용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3분기 국내은행 해외법인 손익 현황. 표/뉴스토마토
KEB하나은행의 경우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와 독일KEB하나은행, 미국의 KEB하나뉴욕파이낸셜·로스앤젤레스파이낸셜 등에서 순익이 줄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668억5900만원의 순익을 기록했던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경우 올해 309억1400만원의 순익을 올리는데 그쳤으며 KEB하나뉴욕파이낸셜(12억8300만원)과 KEB하나로스엔젤레스파이낸셜(25억5200만원), 인도네시아 PT Bank KEB하나(328억1300만원) 또한 작년 동기대비 각각 57.9%, 23.7%, 16.8% 떨어졌다.
 
앞서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지난 4월 '내보외대업무 취급 시 심사 소홀' 문제로 벌금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 처분을 받았으며,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의 경우 '신규활동 및 상품에 대한 OJK 보고의무 위반'으로 1억 루피아(약 849만원) 벌금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올해 3분기 해외법인의 전체 순이익은 822억3800만원으로 작년 해외법인의 순익(1248억4200만원)에 견줘 34% 하락했다. 단 미얀마의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26억3800만원)와 홍콩의 KEB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43억5600만원)·러시아KEB하나은행(12억2700만원) 등은 각각 82.8%, 35.2%, 147.8% 확대됐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특히 미국법인의 경우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비용이 증가했다"며 "인도네시아 또한 법인 설립 이후 판관비 등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 130억1500만원의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순익 규모는 작년보다 40% 축소됐지만 지난해 청산된 홍콩 법인(54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감소 폭은 20%다.
 
법인별 순익은 중국이 98억300만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24.8% 줄었고, 런던법인 역시 73.5% 내려간 3억100만원으로 나왔다. 미얀마는 지점 확대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마이너스 6500만원의 손실을 나타냈으며 캄보디아(29억7600만원)만 유일하게 79.9% 올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얀마 법인 내 현지지점을 확대함에 따라 영업비용 지출이 발생했다"며 "일회성 비용 발생 등으로 순익이 줄었지만 영업점 문제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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