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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카센타’ 조은지 “재구-순영 부부의 선택과 상황 나라면?”
일상 모습 담은 시나리오, 예상 밖으로 흘러가는 내용…“흥미로웠다”
호불호 갈릴 엔딩 장면, 전체 스토리 판단 관객들에게…“감독의 선택”
2019-11-21 00:00:01 2019-11-21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워낙 강렬했던 데뷔작이었다. 그리고 이후 출연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대부분이 그랬다. 쎄고 강하고 튀고. 배우 조은지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이 세 가지로 모든 게 설명이 됐다. 그래서 선입견이 강했다. 하지만 의외였다. 그를 잘 아는 한 감독의 전언이다. “세상 그렇게 낯가리고 여린 여배우가 없다. 직접 만나보면 선입견이 완전히 부서질 것이다라고. 실제로 만난 조은지는 조용하고 섬세한 느낌이었다. 이런 성격의 배우가 자신의 출연작에선 파격 of 파격을 연이어 선보여 온 것을 미뤄 보면 그의 대범한 연기 스타일은 우리가 봐왔던 배우 조은지그 이상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최근 자신의 연출 데뷔작 후반작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웃는다. 그런 가운데 작은 영화 한 편을 선보였다. 2006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박용우와 13년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블랙 코미디 카센타. 조은지가 선택한 카센타’. 우선 비범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었다. 그와 만나 나눈 영화 카센타에 대한 얘기다.
 
배우 조은지. 사진/프레인TPC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삼청동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조은지다. 자신의 첫 연출 데뷔작 입술은 안돼요후반 작업 때문에 꼴이 말이 아니라며 웃는다. 두터운 점퍼 차림에 모자를 눌러 쓰고 얼굴은 꽤 거칠어져 있었다. ‘카센타는 워낙 스타일이 흥미롭고 또 재미가 있었다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웃는다. 정작 걱정은 자신의 연출 데뷔작이라며 부끄러워했다.
 
“’카센타는 진짜 제가 느낀 재미만 느끼신다면 꽤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해요. 배우들이 대부분 시나리오가 재미있다는 말을 하는 데, ‘카센타는 정말 시나리오가 재미있었어요. 너무도 평범한 얘기인데 이게 어떻게 이렇게 흘러가지싶을 정도로 예상 밖으로 끌고 가는 힘이 느껴졌어요. 특히 제가 맡은 순영 캐릭터의 변해가는 과정이 배우로서 연기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켰죠.”
 
가장 주목하고 또 가장 궁금하며 가장 의아스러운 것은 그의 연기 스타일 변화였다. 조은지는 데뷔작 눈물에서부터 파격이었다. 이후 충무로의 강하고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는 거의 대부분이 조은지에게 돌아간 바 있다. ‘카센타는 조은지 입장에선 두 가지였을 듯싶다. 지금까지 대중과 충무로 관계자들이 바라 본 조은지의 모습에 더 진한 색깔을 칠하던지, 아니면 완벽하게 탈피하던지였다.
 
배우 조은지. 사진/프레인TPC
 
두 가지 다였던 것 같아요. 우선 더 많은 것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단 여지에 끌린 것이 컸죠. 전 주인공이고 분량의 차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까지의 조은지에서 좀 더 발전될 여지가 많은 캐릭터였지만 그걸 잘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도 있긴 했어요. 그래서 순영을 현실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소유자이고, 그 감정의 진폭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 주력했죠.”
 
그런 현실적인 감정은 영화 여러 장면에서 조은지의 연기로 드러난다. 우선 영화에선 순영은 돈을 위해 크게 두 번의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영화적이라기 보단 현실에서라면 누구라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갈등 요소를 담고 있었다. 그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조은지는 꽤 많은 디테일을 카센타속 순영을 통해 그리고 담아내려 노력했다.
 
재구와 순영 부부의 앞선 얘기는 영화에선 생략이 됐잖아요. 하지만 몇몇 대사로 이들 부부의 과거를 유출할 단서가 있고. 결과적으로 이들 부부나 관객들이 순영과 재구의 선택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고개를 저을 만한 여지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앞선 얘기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서 그들의 선택에 정당성이 부여될 것이라고 봤죠. 또한 그런 선택이 그들 부부가 처한 환경적인 요인도 크게 보이려고 연기를 했어요.”
 
배우 조은지. 사진/프레인TPC
 
선택과 갈등의 스토리가 많다 보니 디테일한 연기도 기묘했다. 조은지가 연기한 순영은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하는 인물이다. 그의 미묘한 행동은 감정의 변화와 함께 스토리의 변곡점이 되는 요인들로 작용된다. 물론 그 변화를 인지하고 보지 못하면 전혀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작고 작은 부분이다. 하지만 그 점에서도 조은지는 놓치지 않았다.
 
제가 스쿠터를 타고 가다 친구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다리를 감추는 듯한 모습이 나와요. 그걸 애드리브로 보시는 분들이 좀 있던데 시나리오에 있던 장면이에요. 친구들에게 순영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기 싫고 부끄러워하는 장면이잖아요. 그 장면 전에 감독님과 꽤 많은 대화를 했어요. 순영이 큰 일을 당하고 재구와 자는 장면에서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도 감독님과의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았죠. 재구가 덮고 자는 이불을 뺏어서 펼치고 자는 모습은 사실 감독님이 뭔가 결정을 했을 때 하는 행동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영화에선 내내 재구와 순영 부부는 선택의 순간에 갈등하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과 목표는 뚜렷했다. 그래서 갈등이 없다. 하지만 갈등 없는 선택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이끌어 내게 된다. 그 예상치 못한 상황은 이들 부부에게 파국을 안기고 급기야 생각지도 못한 결말을 만들어 낸다. 영화의 결말에 대해선 관객들도 그리고 주연 배우인 두 사람 입장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듯 싶었다.
 
배우 조은지. 사진/프레인TPC
 
엔딩에 대한 얘기는 정말 말이 많이 나올 것이라 봤어요. 사실 시나리오에는 영화보단 꽤 구체적으로 나와 있었어요. 감독님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엔딩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지신 것 같아요. 열린 결말이라고 해야 할까요. ‘카센타에 대한 얘기의 결말을 관객들에게 넘겨 주고 판단해 달라고 만드신 게 아닐까 싶어요. 감독님이 워낙 오랫동안 준비하신 영화라 뚜렷하고 명확했으니 전적으로 믿습니다.”
 
자신의 연출작 입술은 안돼요를 선보이기 전 출연작으로선 마지막이다. 이제 내년 상반기 입술은 안돼요가 개봉을 하게 된다. ‘입술은 안돼요촬영을 들어가기 전 작업한 영화가 바로 카센타였다. 그래서 다른 작품과 달리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을 듯싶었다. 조은지는 당분간 그리고 계속 배우와 연출을 병행할 생각이란다. 물론 자신의 연출작에 출연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배우 조은지. 사진/프레인TPC
 
하정우 김윤석 선배를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두 분은 자신이 출연도 하고 연출도 하고. 제가 해보니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하지 싶을 정도에요. 제가 뭐 뛰어난 연출 실력과 영화 안목이 있어서 연출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고, 그러다 시나리오를 써봤고, 그리고 단편을 만들고 그게 장편 연출까지 왔어요. 물론 지금 해보니 이건 진짜 만만치 않은 작업이란 걸 느끼고 있죠. 그런데 하고 싶어요. 당분간은 카센타와 제 연출 영화 후반작업에 집중할 것 같아요. 내년에는 아마도 감독 조은지로 첫 인사를 드리게 될 듯 합니다. 생각만 해도 떨려서 다리에 힘이 풀리내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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