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27년 바이오 뚝심, 국내 첫 독자개발 신약 '결실'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FDA 승인
독자개발 신약으로는 한국 최초 성과
신약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종합제약사' 도약…'신약주권’ 실현 목표
입력 : 2019-11-22 10:06:18 수정 : 2019-11-22 10:06:18
최태원 SK 회장. 사진/SK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1993년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습니다.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습니다.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룹시다.”
 
최태원 회장의 꿈이 현실이 됐다. 지난 2016년 6월 최 회장이 경기도 판교에 있는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이렇게 격려한 지 불과 3년여만이다.
 
SK그룹에 따르면 22일 새벽 뇌전증 치료제인 엑스코프리™(XCOPRI®·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내 최초의 제약사가 됐다. 
 
신약개발은 통상 10년~15년의 시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000~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되는 등 성공률이 낮다. 이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요구된다. 엑스코프리 역시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 회장은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신약개발에 꾸준하게 투자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에서다.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처음 제약사업에 발을 들인 SK는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던 것과 달리 혁신신약개발에만 집중했다. 2002년에는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해 신약 연구에 집중케 했고,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최 회장은 불확실성 속 수 천억 규모의 투자도 지속했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 했던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는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최 회장은 오히려 그해에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했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이번 FDA 승인을 얻은 엑스코프리의 임상을 주도했고, 발매 이후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도 도맡을 예정이다.
 
SK㈜ 바이오?제약 사업 연혁. 자료/SK
 
SK는 신약 개발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2015년에는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고,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 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했다. 지난 6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이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SK㈜는 지난 10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은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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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아경

친절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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