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이 25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에 집결한다. 이들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제 2의 베트남' 찾기에 나설 방침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 최태원 회장 등 재계 주요 총수들이 참여한다. 국내 주요기업 경영진이 한 자리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하는 것은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좌담회 이후 4개월 만이다.
당초 청와대는 이번 만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그룹 총수를 모두 초대한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 회장과 신 회장은 내부 일정과 출장 등으로 부산을 찾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용만 회장은 '한·아세안 상생번영을 위한 협력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 개회사를 통해 "한층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에 직면해서 기존의 글로벌 가치 사슬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한-아세안 비즈니스 위원회와 같은 민간 채널을 활용해 교류를 돕고, 관련 산업 발전과 기술 개발 등 아세안의 가치사슬 편입을 돕는 일에 경제단체들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단지 설립, 기술 표준화, 공적개발원조(ODA)와 역량 개발 지원에도 진전이 많길 바라며, 특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적(RCEP)이 서둘러 발효될 수 있게 각국의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스페인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아세안 CEO 서밋에는 박용만 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송대현 LG전자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장재영 신세계 사장 등 국내 주요기업인 45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국내 주요 기업들과 아세안 국가 사이에는 다양한 경제협력과 투자 논의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 입장에서 아세안 국가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년 사이 국내 경제는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나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 등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신남방정책'을 가동하며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노력에 한-아세안 교역규모는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1600억달러까지 상승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세안에 진출한 국내 제조업체는 523개로, 중국(238개)의 두 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아세안 방문객은 246만2000명, 아세안을 방문한 한국인은 898만1000명으로 인적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스마트폰의 주요 생산기지를 모두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현대자동차도 인도네시아에 생산라인 설립을 검토하는 등 아세안을 향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세제 혜택 등이 국내 기업을 끌어당기고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의 해외 투자액 비중은 중국이 전년 보다 15.3%포인트 줄어든 반면, 아세안 국가의 비중은 3.9%포인트 늘어났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진출 제조 기업은 415개로 전체 아세안 기업의 80%가량을 차지했다. 올 3분기까지 베트남과의 교역규모는 520억달러로, 전체 한-아세안 교역규모 1142억 달러의 절반에 달했다.
산업계에서는 '제2의 베트남' 찾기가 국내 기업에게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정봉호 한경연 지역협력팁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섬유 기업들의 진출로 베트남이 아세안 지역 중에 밸류체인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됐다"며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은 제2의 베트남을 찾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번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아울러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함께 개최되는 한-메콩 정상회의를 통해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과도 교역 확대의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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