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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 지역 들썩…분양가 상한제가 불지핀 전셋값
분양가 잡는 규제가 전세 수요 늘려…로또청약 대기수요 많고 매매는 진입장벽 높아
2019-11-27 16:44:02 2019-11-27 16:44:02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입주물량이 줄줄이 나오는데도 강동구의 전세가격은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이는 비단 강동구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전세가격의 상승세는 서울의 모든 자치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전세 실수요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역효과를 야기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에서 분양가격 9억원이 넘는 단지도 나오는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으로 저렴하게 새 집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로또청약’ 기대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정부 규제에 따른 공급 감소 우려로 기존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며 매매가격이 올라 아파트 매매 거래를 하기가 여의치 않은 점도 작용하고 있다. 
 
서울의 전세가격은 앞으로도 상승하거나 강보합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추가 지정할 가능성을 흘리고 있어 한동안 부동산 시장에 로또청약 기대감이 짙게 깔릴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폐지 등의 이슈도 쌓여있다. 국지적으로 학군 수요가 이동하면서 전세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7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의 풍선효과가 강동구 전세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이 저렴하게 나올 단지에 청약을 넣기 위해 수요자들이 전세를 살면서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도 “분양가 상한제에 의한 로또청약 기대심리가 커 전세가격 하락을 막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 김 팀장은 “이 같은 현상은 강동뿐 아니라 서울 전반적으로 감지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동구는 상승하는 서울 전세시장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간 전셋값 하방압력을 줬던 강동구가 힘을 못내는 상황이다. 강동구의 전세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지역과 덩달아 전세가격이 조정받을 것으로 예측됐던 인근의 하남시와 성남시도 전셋값이 오름세다. 지난주 하남시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는 96.4로 직전주 95.8에서 0.6 올랐다. 성남시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도 지난 7월부터 매주 올라 지난주에는 95.7을 기록했다. 
 
서울 곳곳에서 달아오르고 있는 전세 시장 분위기는 실거래가에 반영되고 있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당산푸르지오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25일 5억87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달 전세가격 5억8000만원에서 소폭 올랐다. 같은 구 동부센트레빌의 전용 94㎡ 주택형도 지난달 6억3000만원에서 이달 2000만원 오른 가격에도 전세 세입자를 찾았다. 같은 기간 마포구의 공덕1삼성래미안 전용 59㎡는 4억2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공덕3삼성래미안 전용 84㎡는 6억3000만원에서 6억6000만원으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높아 전세 세입자가 매매거래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분양가 상한제로 정비사업 물량이 막히면서 공급 감소 공포가 커져 기존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매매가격을 올려 매매시장 진입장벽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전세와 마찬가지로 7월부터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지난주에도 106.6을 기록하면서 직전주보다 0.1 올랐다.
 
김 팀장은 “매매가격이 오르는 추세”라며 “세입자가 매매시장에 나서기 쉽지 않다”라고 언급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매매가격이 오르면 매수 타이밍을 놓친 이들이 매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라고 부연했다. 박 교수 역시 “대출이 막혀있는 상태인 데다가 집값이 오르면 세입자가 매매로 전환하기 어려워 전세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군불 떼는 로또청약 기대감
 
서울 전세시장의 진입장벽은 한동안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추가 지정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로또청약을 바라는 전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로 수요가 유입해 매매가격을 올리는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지적으로는 학군이 우수한 곳에서 전세 시장이 들썩일 여지도 있다. 정부가 외고나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고 정시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강남이나 목동 등 전통적인 학군 우수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능이 끝난 방학 이사철에 교육 수요가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 이들 지역의 전세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은 높다. 
 
다만 서울 전세 시장이 크게 요동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연말까지 강동구에서 9500가구 가까이 입주하고 영등포구에서도 입주가 쏟아지는 등 전국적으로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가격을 누를 것이란 관측이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교육 정책 변화에 따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라면서도 “서울 전체적으로 약간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서울 전세 시장은 강보합 내지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 내 주택과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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