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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를 찾아줘’ 이영애, 세월 무색한 그의 아름다운 생각
“고통스럽고 처절하지만 현실, 복수극 아닌 사회고발극이라 생각”
“실낱 같은 희망 때문에 현실에 발을 딛고 버티는 삶 기억에 남아”
2019-12-02 00:00:00 2019-12-0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어떤 개념에선 조금 다른 세상에 있는 모습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그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분명히 그렇다. 연예인들 조차 그의 모습을 다른 영역의 그것으로 판단하고 바라본다. 배우 이영애는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신비감의 잠재력을 터트렸다. 2005년 박찬욱 감독 친절한 금자씨이후 그가 선택한 영화는 나를 찾아줘’. 아이를 잃은 엄마에 대한 얘기다. 희망에 대한 얘기다. 하지만 영화는 고통스럽고 처연하다. 14년의 공백기 동안 이영애는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가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가 하필 이처럼 처절하게 고통스런 작품이었을까. 이영애는 단호했다. 엄마이기에 그리고 엄마라서. 여기엔 세상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폭력적인 규칙 속에 희생되고 있는 잊혀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까지 묻어 나왔다. 그는 호소했다. 조금만 주변을 돌아봐 달라고. 아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달라고. ‘나를 찾아줘란 안타까운 외침은 지금도 이영애의 주변을 감돌고 있는 듯했다. 그를 통해 들어본 이 영화의 처절함이다.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굳피플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호텔에서 이영애와 만났다. 개봉 전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고통 속에 고통을 가하고 또 그 상처가 아물기 전에 고통을 주며 극단으로 몰아치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웬만한 성인 관객들도 감내하기 힘든 감정의 폭력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두 눈 뜨고 감당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감정 폭력 수위가 느껴진다.
 
전 사실 이 영화를 폭력성이나 다른 이유로 바라보진 않았어요. 오히려 엄마가 되고 나서 감성의 폭이 커졌기에 이 작품이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뭐랄까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 친절한 금자씨의 모습을 느끼실 수도 있지만 이번 영화는 복수극이 아니잖아요. 일종의 사회 고발극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알리고 싶었죠.”
 
나를 찾아줘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나올 단어는 폭력성이다. 실질적인 폭력 묘사는 사실 적다. 하지만 감정적, 감성적인 부분에서 그 수위는 국내 상업 영화 사상 전무후무할 정도다. 이 지점에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릴 듯했다. 완성도 높은 스릴러 장르로 볼 수도 있다. 반대로 폭력성에만 기댄 자극적인 스토리로 폄하시킬 요지도 많다. 이영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굳피플
 
사실 원래 시나리오에서의 표현 수위는 상영 버전보다 훨씬 더 높았어요. 시나리오 초고에는 너무 쎈 장면들이 많아서 저도 우려스러웠죠. 하지만 그런 부분도 감독님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일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의 현실은 지금의 영화보다 더 끔찍한 게 사실이잖아요. 전 이 영화의 내용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사건사고들은 더 끔찍하잖아요. 총체적인 부조리를 알리는 내용이란 점에서 절대 과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적인 표현으로 넘겨 짚을 수도 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이질적인 부분은 이영애가 연기한 주인공 정연과 그의 남편 명국을 연기한 배우 박해준의 모습이다. 아이를 잃은 부모를 연기한 두 사람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다.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럼에도 겉으로 드러내기 보단 희망을 잡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려 든다. 기존 영화와 드라마 포맷에서 보지 못했던 색다른 감성이다. 이 점을 두고 이질적으로 느낄 만한 요소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 지점은 사실 저도 이해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촬영 전 실종아동협회 관계자 분도 만나고 그 협회 회장님도 만나고 그랬어요. 감독님이 워낙 오랫동안 취재를 하고 준비를 한 시나리오이기에 탄탄하고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봤죠. 감독님과 협회 관계자 분들을 만나 들은 얘기는 이랬어요. 잃어버린 아이가 죽었다면 나도 따라 죽으면 된다. 그런데 생사도 모르잖아요. 언젠가 돌아올 실낱 같은 희망. 그 희망 때문에 현실에 발을 딛고 버티는 거라고. 너무 고통스럽고 가늠도 안되죠.”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굳피플
 
영화에는 모두가 나쁜 어른들이고, 모두가 나쁜 인간들뿐이다. 이영애가 연기한 정연이 바라보는 모든 인물들이 그렇다. 사실 조금 시선을 달리하면 정연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나쁜 게 아니다. 각자 나름 대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고 집중하고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그대로 따르는 것뿐이다. 그래서 더 기괴하고 고통스럽고 두 눈으로 바라보기 힘든 지점이 많다. 우리 현실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혹시 영화 속에서 누가 제일 나쁜 사람처럼 보이세요(웃음). 각자 꼽는 사람이 많을 거에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자세한 언급한 못하겠지만 정말 많은 어른들이 나쁜 사람들이잖아요. 특히 누가 봐도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인물부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은 인물이 사실을 나쁜 사람으로 나오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자기 합리화를 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사회가 아닐까 싶어요. 지리멸렬하다고 할까. 안타깝게도 이해가 되지만 또 이해도 안 되는.”
 
엄마로서 컴백한 이영애는 14년의 스크린 공백기 동안 수 많은 작품의 러브콜을 받아왔었을 듯싶다. 그리고 선택한 작품이 뜻밖에도 나를 찾아줘. 이미 그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공개를 했다. 엄마이고 또 아내이기에 가족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었을 듯싶었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컴백 작품을 고르는 데 신중을 기했을 것 같았다. 당연히 그는 남편과 상의를 통해 이번 영화를 선택했단다.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굳피플
 
남편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촬영이 있는 날에는 남편 찬스를 많이 활용했죠(웃음). 남편이 아이들을 정말 잘 봐줘요. 마음 놓고 현장에서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죠. 영화 시나리오도 처음에 남편과 같이 봤어요. 의외로 남편이 적극적으로 추천을 했죠. 워낙 감정적으로 힘겨운 영화라 일반인인 남편이 어떻게 받아 들일지 궁금했는데 주제에 동감했던 것 같아요. 촬영 현장에서 남편이 회식도 많이 해줬고 너무 고마웠어요(웃음).”
 
14년만의 컴백작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의 박차를 가하려 한다. 그 시작점이 나를 찾아줘. 강렬하고 또 고통스러울 정도의 모습을 연기했다. 현실을 대변한 잔인한 영화적 시선이 걱정될 수도 있다. 그래서 부담이란다. 20, 30대의 이영애가 아니라 이젠 40대의 이영애다. 나이를 먹었고, 그만큼 자신을 기억하는 팬들도 많이 않은 것 같다고 웃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희망을 느꼈고, 그 희망은 모두에게 해당한다며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굳피플
 
당연히 우리 아이들은 제가 유명했던 배우란 걸 몰라요.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갔다가 집에 오니 왜 박소담 사인 안받아 왔냐고 핀잔을 주더라고요(웃음). 제가 엄마가 이영애야그래도 당연히 모르죠 하하하. 글쎄요. 여배우에게 세월은 두 가지 같아요. 안타까운 것도 있지만 그만큼 힘을 주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 세월 때문에 모든 걸 내려 놓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됐죠. 또 다른 희망이라고 할까. 그 희망을 이 영화를 통해서 저도 느꼈고, 모든 관객 분들, 그리고 모든 부모님들이 그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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