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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장 다시 낙하산 조짐…"내부파벌 심각" 당국 기류 변화
2019-12-04 16:26:31 2019-12-04 16:26:31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김도진 기업은행장 후임으로 외부 출신 내정설이 확산되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표방하는 국책은행이지만, 전국에 600개가 넘는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는 등 시중은행과 동일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치금융이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은행 노조가 낙하산 행장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백아란기자
 
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그동안 기업은행 차기 은행장은 내부에서 선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외부인사 선임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김 행장을 포함해 3번 연속 내부인사가 행장으로 나서다보니 파벌인사 등 적폐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외부인사가 들어가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는 논리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 중이다. 당국의 움직임은 낙하산 인사를 꽂아 넣으려는 '모피아'들의 억지 논리라는 지적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는 지난 3일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행장 선임, 직원과 함께!’를 기치로 한 특별 부스를 마련해 캠페인성 투쟁을 진행했다.
 
현재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과 정은보 한미방위비협상 대표,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유광열 수석부원장과 최희남 사장은 과거 수출입은행장 후보로 거론됐다가 미끄러진 바 있으며, 특히 최 사장은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도 있다. 
 
내부에서는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 김성태 IBK캐피탈 대표, 임상현 기업은행 전무이사 등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연말연초 개각과 맞물려 고위 관료 출신이 낙점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1961년 은행 설립 이후 현재까지 역대 기업은행장 가운데 내부 출신은 김도진 현 행장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 지난 2010년 조준희 전 행장 선임 이후 2013년 권선주 전 행장, 2016년 김도진 행장까지 3대 연속 내부에서 행장이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전·현직 관료 등 외부 선임 사례가 많다.
 
특히 중소기업은행법상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수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은행의 경우 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지만, 여타 은행과 달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설립 근거가 없어 은행 내에서 자체적으로 행장을 추천할 수 없을뿐더러 행장 후보조차 '깜깜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가 이뤄지도록 목소리를 낸다는 방침이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29일 금융위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관치인사 철회'를 촉구했으며 지난 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을 찾아가 차기 기업은행장에 대한 기업은행지부와 금융노조의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제청권을 가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현재까지 노조의 공개서한에 묵묵부답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신한지주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지배구조법에 따라 투명한 절차로 진행되는지 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9년간 기업은행은 내부 출신 행장 체제에서 외형적인 성장은 물론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실현해왔다"며 "은행과 금융현장을 모르는 외부 인물이 기업은행장으로 온다면 내부 조직 파악에만 시간을 허비하는 등 은행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모두 출신을 넘어 자질 면에서도 부적격 인사"라면서 "금융기관장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정부가 보은·코드 임명이나 돌려막기 인사를 시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매번 행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대주주인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라면서 "외부 출신은 대외 소통에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기업은행의 경우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과 달리 그 역할이 시중은행에 더 가깝기 때문에 은행을 잘 아는 인사가 (수장을 맡는 것이) 경영안정성 측면에서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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