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검 전면전 속 '지검장 주민직선제' 재주목
공수처·수사권 조정과 함께 개혁안 부상…심상정 "국민적 통제 제도화"
입력 : 2019-12-06 08:00:00 수정 : 2019-12-06 08: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방검찰청장 '주민직선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는 그 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개혁 방안으로 거론돼 왔다. 지검장 직선제는 주민이 지검장을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제도다.
 
특히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표적 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수사 과정에서 단행된 청와대 압수수색 등의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주민직선제가 재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의견이 나뉘고 있지만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역임했던 이재화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이 정도로 오면 과도한 정도가 아니라 막장으로 치닫는 것 같다"며 "안하무인이다. 다른 기관을 존중해야 하는데, 마치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최근 검찰의 수사는 과거의 의혹으로 개인 비리가 아닌 청와대를 타깃으로 한 표적 수사로 보인다"며 "계속해서 윗선을 압박하기 위해 검찰은 덫을 더 넓게 치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지검장 직선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최근 참여연대와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공동으로 기획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주민직선제 도입에 대해 성인 남녀 1003명 중 찬성 53.6%, 반대 34.5%로 나타났다. 
 
지검장 직선제는 같은 조사에서 공수처 법안 처리(65.8%), 수사권 조정안(59.4%)보다는 찬성 비율이 낮았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새로운 검찰개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알래스카, 코네티컷, 뉴저지 등 3개 주와 워싱턴DC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주민이 직접 각 주의 검찰을 선출하고 있다. 물론 지검장 직선제는 민주적인 방식의 장점도 있지만, 지방 토호 세력과의 유착을 구조화하거나 중형주의를 강조하는 후보자가 당선되면 피의자 인권 보장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란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논의와 함께 국민적 요구가 커지면 점차 도입이 구체화할 가능성도 적진 않다. 이미 일부 정치권에서는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핵심 인물도 나왔다. 지난 2017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심상정 당시 후보자는 5명의 대선 후보자 중 유일하게 도입을 찬성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10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이국운 한동대 교수, 한상희 건국대 교수, 심상정 대표, 박원석 정책위의장, 신장식 정의당 사법개혁특위위원장, 성한용 한겨레 기자. 사진/뉴시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검찰 개혁의 여러 측면이 있지만, 가장 핵심은 결국 검찰에 대한 국민적 통제"라며 "국민적 통제의 방법으로 가장 확실한 것이 지검장 직선제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으로 가지 않느냐고 하는데, 교육감 선거를 예를 들면 교육감 선거도 처음에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도 결국은 정착이 됐다. 그것으로 국민도 교육 개혁의 방향을 선택했다고 본다"며 "그런 점에서 검사장 직선제는 여야가 이해관계를 가지고 검찰 개혁이란 이름으로 다투고, 국민적 통제를 제도화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간 법안만 논의 중이라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저희는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며 "당 차원의 총선 공약으로도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10월 지검장 직선제를 포함한 검찰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정의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신장식 위원장은 그달 8일 브리핑에서 "국민은 검찰에게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할 엄정함을 갖추라고 했으나,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은 바로 자신이란 점을 입증하기 위해 과도하게 부여받은 권한을 과도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제 국민주권주의의 관점에서 2022년 지방선거에서부터 18명의 지방검사장을 국민이 직접 뽑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지검장 직선제의 도입을 두고 꾸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검찰총장, 고검장, 지검장 등에 대한 직선제 중 지검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면서 십여년 전부터 지검장 직선제를 주장해 왔다. 
 
지난 10월8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주최한 '검찰과 민주주의-검찰 권한은 누가, 어떻게 부여해야 하나'란 좌담회에서 이국운 교수는 "지방 검사장의 주민직선제가 시행되면 한국 사회 전반에 민주적 책임정치의 획기적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는 치안과 사법의 영역에까지 시민의 동의 위에 수립된 정상정부를 개입하게 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지난 세월 부득이하게 긴급정부의 상속자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에 쌓은 만성적인 조직 피로를 해소하고, 검찰이 스스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권의 행사 과정에 시민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는 검찰시민위원회까지 법제화된다면 민주적 책임정치는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8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참여사회연구소가 개최한 '검찰과 민주주의-검찰 권한은 누가, 어떻게 부여해야 하나'란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정해훈·박주용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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