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빈의 ‘TRANCHE’…페르소나들의 열연
신예 DJ 겸 프로듀서의 감각적 사운드
“테마는 따로 없이, ‘This Is AVIN’”
입력 : 2019-12-10 06:00:01 수정 : 2019-12-10 06:00:01
 
[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무대 위 아빈(AVIN)은 줄곧 객석을 뜨겁게 달구는 역할을 해왔다. 현란한 조명과 어우러지는 흥겨운 전자음, 다양한 사운드가 한데 모여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드롭라인까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됐다. 그에게는 다른 DJ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 하나 있다. 때때로 그는 기타를 꺼내 자신의 음악에 기타 연주를 조화시켰다는 것이다. 모두가 턴테이블 조작에 열을 올릴 때 자신만의 시그니처 퍼포먼스를 준비해 이를 각인시킨 셈이었다.
 
16살의 아빈은 미국 유학을 떠나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전공은 기타였으나 미국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이를 기초로 한 디제잉에 매료됐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음악으로 흡수했다. 기타 연주를 선보이는 시그니처 퍼포먼스에 직접 만든 음악으로 무대에 오르는 DJ. 일렉트로닉 장르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아빈의 모든 것은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2017‘Ultra Music Festival’을 비롯해 수많은 국내 주요 EDM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으며, ‘EDC 라스 베이거스 2019’에서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공연을 펼치는 영광까지 누렸다.
 
 
아빈. 사진/LAC E&M
 
 
아빈은 스스로를 DJ 겸 프로듀서로 규정한다. 가수 윤하의 ‘Airplane Mode’ 작곡을 시작으로 Mnet ‘고등래퍼2’ 우승자 하온의 첫 싱글을 작업하며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렸다. 프로듀서 아빈의 진정한 매력은 지난 5일 발매된 데뷔 앨범 ‘TRANCHE(트렌치)’를 통해 엿볼 수 있다. ‘TRANCHE’에는 아빈이 그 동안 살면서 느껴왔던 사랑, 음악, 분노, 미래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삶의 파편들이 담겨있다. 영화 감독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잘 드러낼 페르소나 배우를 찾듯, 아빈 역시 그 파편들을 대신 발화해줄 뮤지션들을 찾았다. 그리고 매드클라운, 김하온, 쿠기, 페노메코, pH-1, 소코도모, 새소년 황소윤, Dbo(디보), 저스디스, 구피, 릴러말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실력파 뮤지션들이 그의 페르소나가 돼 앨범 속에서 숨막히는 열연을 펼친다.
 
Q. 프로듀서 아빈의 데뷔 앨범 ‘TRANCE’에 대해 소개해주자면
“‘TRANCE’라는 단어 자체가 일부분이라는 뜻이에요. 테마는 따로 없이 ‘This Is AVIN’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대에서 DJ로서 제 음악을 많이 들려드렸지만 이 음악이 저입니다라고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만의 색, 저만의 이야기를 궁금해 해주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그걸 음악으로 만들었어요. 장르적으로는 대중과 거리감이 있는 일렉트로닉이지만, 조금은 쉽게 접하실 수 있게 친근한 피쳐링진을 준비했어요.”
 
Q. 그렇게 준비한 피쳐링진이 많고 또 화려하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게 됐는가.
작업을 할 때 이 곡은 내 음악에 대한 갈증,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겠다하면 거기에 맞는 뮤지션을 찾았어요. 예를 들면 저스디스는 제가 가진 분노에 대해 스스럼 없이 표현해줄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연락하게 됐어요. 아티스트와 컨택을 하고 이런 주제의 가사였으면 좋겠습니다하고 부탁을 드렸어요. 만약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했고요. 이런 식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모든 트랙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구성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첫 번째 타이틀곡 ‘Take It Away’을 소개해주자면?
두 번째 트랙이고 페노메코와 PH-1이 피쳐링해줬어요. 앨범에 여러 감정이 있는데 이 트랙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제목처럼 그냥 (사랑을) 시작해라는 느낌이에요. 많은 힘든 사건들 속에도 내 옆에 남아있어 주는 여자에 대해 담았어요. 이번 앨범의 유일한 사랑노래입니다.”
 
Q. ‘Take It Away’에 비해 두 번째 타이틀곡 ‘GROTESQUE’는 대중성과 먼, 좀 어려운 음악 같다.
좀 어렵게 들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저의 색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렉트로닉 장르 자체가 미래지향적이에요. 하온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50년 후의 디스토피아에 대해 생각했어요. 사람이 200살까지 살게 되는 시기, 모두가 외로워지는 삶이 펼쳐질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앞으로 경험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니까 현재에 집중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자, 쉽게 풀자면 그런 내용이에요. 매드클라운님이 도와주셨는데 정말 엉뚱하고 알 수 없는 분이면서도 대단한 뮤지션이라는 걸 느꼈어요.”
 
Q. 다른 트랙들도 대중적으로 쉽게 들리지는 않을 것 같다.
대중성은 생각 없었어요. 그냥 저 자체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1번 트랙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Dirty Lovely’1번 트랙으로 넣은 이유는 저의 많은 부분이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DJ, 일렉트로닉 뮤지션의 색을 담았고 한국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형식이에요. 생소할 수도, 어쩌면 이런 음악을 처음 듣는 분이라면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만약 들으시게 되면 이런 음악도 있구나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미국에서의 음악 공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기타를 치다가 이거 아니면 할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을 가지고 떠났어요. 당연히 집에서는 엄청 말렸어요. 갑자기 학업을 포기하고 음악을 하러 간다고 해서 많이 말리셨어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표를 작성해서 보여드렸고 나름 납득을 해주셨어요. 큰 지원은 기대하지 않았고, 공부 하면서 굶지 않으려고 많은 일을 했던 거 같아요.”
 
 
아빈. 사진/LAC E&M
 
 
Q. 그 곳에서 일렉트로닉 음악과 디제잉에 대해 접하게 됐는가
“미국에는 힙합, 일렉트로닉, DJ문화 모두 활성화가 잘 돼있잖아요. 클럽에서 어떤 공연을 보는 데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정말 색다르게 표현하는 거예요. 그래서 엄청 충격을 먹었어요.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해서 혼자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일렉트로닉과 가까워졌고, 힙합은 미국에서는 대중가요 같은 거니까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어요.”
 
Q.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DJ로서 큰 무대에 많이 올랐다. 어떻게 이룬 성과인가
미국에서는 많이 무대에 오르지 못했었어요. 동양인인 것도 있고, 딱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한국 활동을 시작하면서 문을 두드리니까 자연스럽게 길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한국에는 힙합, 일렉트로닉 문화가 짧잖아요. 저는 해외에서 이미 배웠으니까 이해도가 남들보다는 조금 빨랐던 거 같아요. 여기에 제가 디제잉하면서 기타도 치니까 색다르게 봐주신 것 같아요. 다양한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겼어요. 초기에는 내 비슷한 나이대의 디제이들과 어떤 차별성을 두고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많은 고민을 했어요.”
 
Q. DJ 시장에서 아빈의 최대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DJ 시장이 작으니 그 신을 이끌어갈 사람을 많이 찾고 있어요. 저는 어리고, 그냥 음악을 선곡해서 믹스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고,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따로 있는 게 강점인 것 같아요.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다만 사람들이 DJ를 시작하면 믹스먼저 하려고 하는데, 저는 음악을 먼저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을 주고 싶어요. 제가 한국활동을 하면서 가지는 목표 중에 하나에요.”
 
Q. 프로듀서로서 첫 활동이 윤하의 Airplane Mode’였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제가 기타를 치면서 모아둔 노래들이 많아요. 지인에게 윤하 누나가 앨범을 만들고 있고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모아둔 노래 중에 윤하 누나가 원하는 스타일의 노래가 있어서 들려드렸어요. 누나가 좋다고 흔쾌히 수록해주셨고 그 이후부터는 몇 번 요청이 왔어요. 이때 제 음악을 누군가 불러준다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제 음악에 다른 아티스트의 색이 입혀진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에요.”
 
Q. DJ 겸 프로듀서라는 포지션, 한국에는 그다지 정형화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이 포지션은 해외에서 당연한 일이에요. 한국 DJ들 중에는 자기 음악을 트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저는 제 음악을 만들어서 들려줘요. 한국은 아직까지 DJ를 그냥 노래 틀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다른 사람의 음악을 가져와서 그걸 믹스해서 틀어주는 직업으로요. 사실 그건 일부분이거든요. 저처럼 악기 연주를 하고 패드를 두드리는 퍼포먼스도 있고, 그냥 믹스를 하는 것보다 훨씬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을 거에요.”
 
Q. 해외 뮤지션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업방식에서 문화적으로 다른 부분을 느꼈을 것 같다.
한국은 음악을 만드는 순간부터 목적성이 있어요. 어떤 장르고, 어떤 사람을 타겟으로 하고 하는 식으로요. 해외에서는 그냥 두 아티스트가 만나서 그냥 그 자리에서 여러 시도를 하면서 음악을 만들어요. 발매는 그 다음 이야기에요. ‘이거 싱글로 낼까?’ ‘이거 너 앨범에 넣을래?’라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는 거죠.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어떤 기준에 가둬두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어요.”
 
Q. 올해 나름 의미 있는 행보를 펼쳤다. 한 해를 돌아보자면?
이 앨범을 낸 것 자체에 대해 만족해요. 회사도 만났고 많은 무대도 올랐어요. 내년은 뭔가 더 본격적으로 많은걸 보여드릴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더 많은 음악을 들려드릴 계획이에요. 그냥 제 음악에 관심 가져주세요라기보다는, ‘저와 제 음악을 이해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이해라는 건 저 혼자 할 수 없는,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저는 모든 것에 열려있어요. 많은 음악을 내고,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내년은 그걸 이뤄내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빈. 사진/LAC E&M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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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훈

듣고, 취재하고, 기사 쓰는 밤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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