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지방 미분양이 감소하며 경기가 살아난다. 8개월 연속 6만호를 넘기던 미분양 수치가 지난 10월 5만호 중반대까지 낮아졌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등 서울에 규제가 집중되며 지방에 유동성이 풀리게 됐다. 균형발전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5만6098호로 확인됐다. 올해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던 6월 6만3705호에서 약 11.9% 감소하면서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시·도별 등락은 있었으나 서울과 광주, 전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6월 대비 10월 미분양 수는 감소했다. 인천이 3632호에서 836호로 약 77% 줄어들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전북은 1386호에서 1077호로 22% 줄었고 대구도 1739호에서 1362호로 21.6% 감소했다. 전남과 광주는 하반기 신규 분양이 쏟아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증가했지만 광주는 신규 공급이 없는 9월부터 미분양 가구가 다시 줄어들었다.
이처럼 대다수 지방에서 미분양 가구가 감소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규제가 이어져 규제를 받지 않는 지역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또 지역에 따라 재개발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지방 경기 침체를 부추기던 기간산업도 구조조정을 거쳐 바닥을 통과하는 분위기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수도권 규제 강화로 지방 부동산이 관심을 받고 있다”라며 “이와 더불어 지방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꿈틀거리는 점도 지방 분양 시장에 수요를 유입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방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며 매매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상승전환한 지역은 서울과 대전뿐이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대·대·광(대구, 대전, 광주) 이외에 울산, 전남, 경기, 인천 등에서도 지수가 상승했다. 울산의 월간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꾸준히 하락하다가 지난 10월 상승전환했고 지난달에도 전월 대비 0.35% 올랐다. 전남도 두 달 연속 매매가격지수가 상승했다.
지수가 아직 떨어지는 지역들도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 10월 기준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경남은 지난 7월 지수 변동률이 전월 대비 -0.72%였으나 지난달에는 -0.19%로 감소폭이 꾸준히 줄었다. 미분양 가구가 경남 다음으로 많은 강원 역시 지난 8월 월간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직전달 대비 -0.88%에서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0.26%로 지속 감소했다.
일부 지방의 경우 올해 신규 분양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점도 적체 물량 해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에서 올해 10월까지 공급된 물량은 1385가구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5%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동안 충북에서도 신규 분양 가구수가 57% 줄었고 강원, 경남에서도 각각 20%, 14%씩 감소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 지방에서 분양 물량이 줄어들어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지방 분양 시장에 관심이 커지면서 청약 경쟁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충남에서 분양한 ‘탕정지웰시티푸르지오 2차는 평균 경쟁률이 88.59대 1까지 올랐다. 같은달 전북에서 한화건설이 분양한 ‘포레나 전주에코시티’도 61.6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찍었다.
이외 강원 춘천이나 경남 거제 등에서도 각각 6.74대 1, 2.17대 1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한 때 미분양 무덤으로 불린 검단에서 최근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대체로 전보다 살아나고 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방에서 미분양 위험이 전보다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미분양 감소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지방의 신규 분양 물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과잉 공급 우려를 덜고 지방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방에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적고 신규 공급도 뜸해서 미분양 해소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한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