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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황교안 리더십…잇단 자충수에 예산안 패싱 자초
나경원 교체기에 여야 협상 올스톱…단식농성으로 '4+1' 공조 강화 초래
2019-12-11 15:54:36 2019-12-11 15:54:36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예산안 전쟁에서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으면서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교체가 원내사령탑 공백으로 이어지며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이 완전히 '패싱' 당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전 원내대표의 교체를 결정한 황 대표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었다. 예산안 정국이란 '큰 판'을 앞두고 장수를 교체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3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10일 종료되는 나 전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황 대표가 당직자 전원 일괄 사표를 받아낸 데 이어 나 전 원내대표까지 갈아치우는 행보를 보이면서 당 안팎에서는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이 잇달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당은 황 대표의 나 전 원내대표 교체 결정 이후 사실상 원내대표 부재 상태가 됐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후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불만을 드러냈고, 원내대책회의도 비공개로 진행하며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한국당은 원내대표 경선이 실시되기 전까지 내년도 예산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검찰개혁 법안 등 여야 협상 과정에서 소외되는 등 좀처럼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황 대표의 단식 투쟁은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공조를 단단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황 대표가 지난달 20일 공수처 설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이후 그 기간동안 민주당과 한국당의 협상이 중단되면서 '4+1' 협의체 논의에도 속도가 붙었다. '4+1' 협의체는 지난달 27일 첫 모임을 가진 데 이어 지난 8일 예산안 수정안을 마련하게 됐다.
 
물론 예산안 협상의 전면에 나섰던 심재철 원내대표의 역할도 도마위에 올랐다. 심 원내대표가 선출된 지 하루만에 당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에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방적인 예산안 처리를 막아낼 협상안을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김재원 정책위의장의 경우 국회 예결위원장이면서도 예산안 협상 관련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황 대표는 그동안 강경투쟁으로 일관해 원내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또다시 오는 14일 장외투쟁을 진행하기로 했다. '친문(친문재인) 3대 게이트' 의혹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친문 3대 게이트'는 청와대의 지난해 6·13 울산시장 선거 당시 '하명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친문 핵심 인사들이 얽혔다는 우리들병원의 '특혜대출' 의혹으로 나뉜다.
 
황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조사본부' 현판식에서 "우리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국민과 함께 밝히고 싸우겠다"며 "청와대의 한 가운데에서 국정농단이 벌어졌다. 자기 파에 속한 사람들을 지키고 도와주고 챙기기 위해 각종 불법을 다 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문재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조사특위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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