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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북에 '판문점 회동' 제안…북미 대화 물꼬 트나
"더 나은길, 데드라인 없다"…비건, 응답 기다리며 '상황 주시'
2019-12-16 16:00:58 2019-12-16 16:00:5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긴장관계만 높아진 가운데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6일 북한에 공식적 만남을 제안했다. 북미 관계의 교착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비건 대표는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해 16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두루 접견했다. 비건 대표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접견을 이어가며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비건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접견 직전에는 카운터 파트너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를 가지고 해외 출장 중인 강경화 장관을 대신해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접견했다. 
 
"북, 접촉방법 알 것"
 
그는 이후 외교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약식회견을 열고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겠다"며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고 밝혔다. 북한의 카운터파트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만남을 요청한 것이다. 비건 대표가 이례적으로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회견을 열고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에 만남을 요청하고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또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능력이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 혼자서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이 공언한 '연말 시한'에 대해선 "완전히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면서 "미국은 데드라인(시한)이 없으며,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약속한 사항을 실천하기 위한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런 행동은 한반도에 평화를 지속하는데 아주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도발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의 지시로 우리 팀은 북측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은 양측의 목표에 부합하는 균형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하게 협상할 것이며 실현 가능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여러 창의적 방안을 제안했다"고 했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전후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선 "이날이 평화의 시대를 여는 날이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판문점 회동', 교착 국면 전환 계기
 
비건 대표는 이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만나서도 "(북한과)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 지도자가 천명한 약속을 대화를  통해 달성해갈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지난해 10월 스톨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제시한 '연말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극적 반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포인트는 북한이 비건 대표의 '판문점 회동' 제안에 응하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천명하고 있는 북한이 이번 제안에 응하게 되면 일명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발이 아닌 대화로 풀려갈 가능성이 있다.
 
또 북한이 제시한 '새로운 길'에 비건 대표가 '더 나은 길'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건 대표가 제시한 '더 나은 길'에 북한이 촉구한 '새로운 셈법'이 없다면 북한이 판문점 회동에 불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 개발·대륙간탄도미사일·인공위성 등 전략무기를 양산하고 또 필요하면 시험 발사할 수 있다는 결정을 전원회의에서 해놓고 그 전제 하에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신년사에서 예고 할 수 있다"며 "이후 한두 달 정도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선거국면에 들어간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북한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북한이 비건 대표가 제안한 '판문점 회동'이 아닌 향후 미국의 태도 변화까지 도발 수위를 낮추고 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비건 대표와 북한 당국자가 판문점에서 만날 가능성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미 간 사안을 정부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북미 간 접촉에 대해서는 북한과 미국이 새롭게 발표한 사항이 있으면 언급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건 대표는 일본으로 출국하는 17일 오후까지 상황을 주시한 후 북한의 반응에 따라 체류 기간 연장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본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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