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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시동’ 정해인 “실제 고교생활, 영화와는 많이 달랐다”
“연기 ‘우상’ 박정민, 그리고 ‘연기 레전드’ 고두심과 호흡…행복했다”
“‘상필’ 어설픈 느낌 ‘양아치’… 고교 시절 그런 친구들 반에 있었다”
2019-12-17 00:00:00 2019-12-17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정해인은 아마도 시동을 선택한 것이 그의 바람 대로 데뷔 이전 우상이던 박정민과의 작업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교 시절부터 부모님 속 한 번 썩여 본 적 없을 것 같은 그의 바른 생활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연기 속에서라도 일탈을 꿈꿔 봤음직한 막연한 상상이 그를 시동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데뷔 이후 로맨스의 왕자로 불릴 정도로 달달한 정해인의 모습에서 18세 반항아의 모습을 끌어 내야 하는 부담은 감독에게 있다. 정해인은 스스로도 궁금했을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 있을지 모를 반항의 일탈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는지. 물론 대세 중의 대세인 선배 마동석과의 작업, 여기에 믿기 힘들겠지만 연기 레전드고두심과 독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데뷔 이전 파수꾼을 통해 박정민이란 배우에게 빠져 들었다. 마동석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게 됐다. 영화에선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대선배 고두심과 한 프레임안에서 숨쉬고 주고 받을 수 있는 연기 기회를 얻었다. 정해인에게 시동은 분명히 특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반듯한 청년은 시동을 끝낸 뒤 만난 자리에서 들썩거리는 속마음을 감추질 않았다. 충분히 그럴 만 하고 충분히 그래도 될만했다.
 
배우 정해인. 사진/FNC엔터테인먼트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정해인은 언제나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 버린 검정색 수트를 입고 나타났다. 정해인은 올해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첫 사랑에 대한 아련함을 그리며 여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그리고 후속작으로 선택한 영화가 바로 18세 질풍노도의 시기를 그린 시동이다.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그는 웃으면서 시동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민이 형과 꼭 한 번 작업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동시나리오를 받고 주인공 택일역에 정민이 형이 출연한단 얘기를 듣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죠. 데뷔 전에 영화 파수꾼을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는데 제 우상 같은 형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이건 잡아야겠다 싶었어요.
물론 시나리오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가 30대가 넘었는데, 언제까지 10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죠. 거의 이번이 마지막일지 싶어서 결정했죠(웃음)”
 
워낙 바른 청년 이미지이고, 기존 출연작들 역시 그랬다. 그래서 이번 시동에서의 변신은 정해인에겐 파격을 넘어선 파격이었다.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충분히 낯설게 보일 정도다. 욕도 찰지게 쏟아내고 담배도 피우며 학교도 다니지 않는 양아치 연기다. 그래도 굳이 설명하자면 착한 양아치라고 할까. 정해인은 착한 양아치란 단어에 웃으며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배우 정해인. 사진/FNC엔터테인먼트
 
하하하. 제가 연기한 상필이 그렇게 나쁜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전 그래 보질 못했는데, 학교 때 반에서 적당히 노는 친구들 있잖아요. 나쁜 친구들은 아닌데 적당히 껄렁거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뭔가 좀 어설픈 친구들 있잖아요. 그렇게 보이고 싶었어요. 감독님도 동의하셨고. 반에서 잘 나가는 친구들 곁에서 함께 어울리는 그런 친구들아시죠(웃음). 잘 나가는 친구를 따라 하는. 딱 상필이 그런 느낌이라고 봤어요.”
 
정해인 역시 실제로 현장에서 그랬다고. 박정민과 함께 친구로 출연한 그는 촬영이 진행될수록 자신도 모르게 정민이 연기한 택일의 말투는 물론 행동까지 따라 하는 자신을 어느 순간 발견하면서 즐겁기도 하고, 또 깜짝 놀라기도 했단다. 박정민 만들어 주는 연기와 애드리브에 자신은 스스로를 녹여 들게 하며 맞장구를 쳐주는 것으로 대신했단다. 그렇게 만들어 낸 장면이 꽤 많았다고.
 
워낙 정민이 형이 잘 하는 연기자라 제가 뭘 할 게 없었어요. 근데 사실 정민이 형하고 영화에서 함께 하는 장면이 그렇게 많질 않아요. 그래서 좀 아쉽기는 했죠. 대신 저와 함께 하는 파이낸셜 식구들도 대단한 형들이 많잖아요. 김민재 형, 윤경호 형, 홍인 형 등이 너무 잘하시는 분들이라. 정민이 형과 할 때도, ‘파이낸셜 식구들과 함께 할 때도 전 그냥 맞장구를 쳐주면서 그때 그때 호흡으로 따라가니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즐겁고. 하하하.”
 
배우 정해인. 사진/FNC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일정과 함께 병행한 탓에 오롯이 시동현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지금까지 아쉬움으로 남는단다. 대세 중의 대세인 선배 마동석의 연기를 곁에서 지켜보지 못했던 것도 아쉬움이라고. 그래서 마동석과 함께 여러 장면을 만들어 낸 박정민이 너무 부러웠단다. 하지만 정해인은 사실 시동의 모든 배우들이 부러워한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바로 대선배이자 연기 레전드고두심과 독대 연기를 할 기회를 오롯이 잡고 호흡을 맞춘 것이다.
 
저뿐만 아니라 시동의 모든 배우들이 다들 귀를 의심했죠. 선생님이 제 할머니로 출연하시는 데 역할이 너무 작잖아요. 근데 선생님이 출연하신다 소리를 듣고 다들 진짜? 진짜?’하며 놀라워했죠. 정말 뭐랄까. 함께 한 선생님은 제가 아우라란 단어를 감히 쓸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저랑 연기하는 장면에서 가슴 뭉클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땐 세트장이 거의 쥐 죽은 듯 고요할 정도였죠. 저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몇 번을 무너질 뻔했으니. 저 뒤에서 감독님도 눈물을 훔치실 정도였으니(웃음).”
 
물론 고생한 촬영도 숱하게 많았단다. ‘택일을 연기한 박정민이 연신 거석이형마동석에게 메가폰급 한 방을 얻어 맞으며 길바닥에 뻗었다면 상필을 연기한 정해인은 뛰고 또 뛰고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이 올 정도였다며 웃는다. 영화에선 아쉽게 편집이 됐지만 택일의 고물 오토바이를 혼자 타고 가는 분량도 있었다고. 스쿠터 정도는 타고 다녔지만 배달 오토바이로 불리는 영화 속 오토바이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고.
 
배우 정해인.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 첫 촬영이 경호 형과 함께 채무자를 쫓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 찍을 때 정말 원 없이 뛰어봤죠(웃음). 제가 그렇게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정말 뛰고 또 뛰고를 반복하다 나중에는 현기증이 나고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까지 오더라고요. 하하하. 오토바이 장면도 꽤 애를 먹었어요. 스쿠터 정도는 제가 타고 다니는 데, 영화 속 오토바이는 배달하시는 분들이 애용하는 모델이에요. 그게 굉장히 운전하기 까다로워요. 연습 많이 했죠. 다행히 사고 없이 촬영이 잘 끝났어요.”
 
영화 속에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18세 청춘을 연기했다. 실제 정해인의 18세 시절은 어땠을까. 정해인은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밋밋한 고교 시절이었다고 전했다. ‘시동시사회 때 자신의 고교 친구들이 오기도 했다고. 지금도 가장 친한 친구들인 그들은 정해인의 배우 생활을 가장 신기해 하는 친한 친구들이라고. 끼도 없고 쑥맥이던 정해인의 지금 배우 생활이 마냥 신기해 한다고.
 
배우 정해인.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정말 전 너무 심심하고 밋밋한 고교 생활을 보냈어요. 사실 그게 지금도 좀 아쉽긴 해요. 친구들도 되게 신기해 하고 그러죠. ‘네가 배우를?’ 아직도 이러니. 하하하. 글쎄요. 내가 일탈을 해봤나? 아마 배우 한다고 선언하고 부모님과 언쟁을 벌인 뒤 화가 나서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간 거(웃음). 사실 그때 되게 조마조마했거든요. 아버지가 들어오실까봐. 하하하. 지금은 뭐 제일 좋아하세요. 세상의 택일이도 그렇고 상필이도 그렇고. 그 시기를 잘 지내고 자신을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맞서길 조언해 주고 싶어요. 그게 저희 영화 시동이 말하는 조언이라면 조언일까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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