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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백두산’, 재난+인물+호흡+목표=재미↑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 상상력 통해 그려진 한반도 최대 재난
재난 소재 영화 속 두 남자의 버디케미…한반도 정세 담은 배경
2019-12-23 00:00:00 2019-12-23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백두산이 폭발을 한다. 이건 실제로 연구를 통해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보도가 된 내용이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될까. 이웃나라 일본은 여러 화산이 아직도 불을 내뿜고 있다. 지진도 수시로 일어난다. 최근 한반도에서도 심심치 않게 지진이 발생한다. 이 같은 영화적 상황이 실제로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무려 260억의 순 제작비가 투입된 재난 블록버스터 백두산이 이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해 냈다.
 
 
 
먼저 재난 영화는 두 가지다. 재난이 일어나고 그 재난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얘기가 있다. 그리고 죽음의 재앙을 막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가 그려지는 영화가 있다. ‘백두산은 후자에 가깝다.
 
백두산은 정치적 그리고 지리적 위치의 한반도 정세를 모두 담아냈다. 두 가지 상황의 큰 차이는 없다. 북한의 핵 무기를 두고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주도하는 과정 속에서 백두산이 폭발을 한다. 화산 폭발로 일어난 지진은 강도 7.8.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서울 강남 한 복판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릴 위력이다. 거대한 빌딩 숲은 삽시간에 무너졌다. 흡사 도미노가 쓰러지듯 연속적인 붕괴가 일어났다. 수백 대 차량과 아스팔트는 말랑거리는 카스텔라 쪼개지듯 수백 수천 조각으로 나눠졌다. 군 특수부대 폭발물 해체반 소속 대위 조인창(하정우)은 임신한 아내 지영(배수지)을 만나러 가던 길이다. 구사일생으로 도심에서 벗어난 조인창은 전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였다. 눈 앞에 벌어진 대재앙 속에 그는 곧바로 국가의 부름을 받게 된다.
 
영화 '백두산'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1차 폭발로 북한의 상징적 건물 중 하나의 ‘4.25문화회관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장면이 TV화면을 통해 전파를 탄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충격에 빠진다. 북한의 난리와 함께 남한 일대도 초토화됐다. 하지만 폭발은 끝난 게 아니다. 앞으로 세 차례 더 남았단 계산이 나온다. 특히 마지막 4차 폭발은 한반도 전역을 끝장 낼 수준의 대폭발이다. 조인창 그리고 그의 팀원 EOD 대원들. 여기에 청와대 민정수석 전유경(전혜진)과 과거 백두산 화산 폭발을 경고했던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은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 발동과 함께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이제 한반도를 살릴 길은 단 하나다. 백두산 지하 마그마 층에서 거대한 폭발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 터지기 직전의 마그마 층을 다른 곳으로 쏟아내야 한다. 여기서 그 정도 폭발을 이뤄내야 할 수단은 핵폭발 위력뿐이다.
 
영화 '백두산'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정부는 조인창 대위를 북한으로 긴밀하게 급파하는 작전을 펼친다. 미국 측에 넘기게 될 핵탄두를 비밀리에 탈취해 백두산 인근 지하 갱도로 끌고 내려가 폭발시켜 대재앙을 막아야 한다. 이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앞서 대한민국 정부에 포섭된 북한 무력부 소속 스파이 리준령(이병헌)과의 접선이 우선이다. 리준평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을 넘나들던 스파이. 현재는 이중 스파이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돼 수감 중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조인창과 북한의 리준평은 한반도를 살리기 위한 특급 작전에 함께 투입이 된다.
 
백두산은 재난이 소재이지만 재난 자체가 소재는 아니다. 한반도 정세의 특수성이 교묘하게 녹아 든 일종의 정치극 외피를 쓰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상당히 얇다. 현실 속에서도 미국의 대북경제 압박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핵개발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수 싸움이 미묘하게 그려진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위한 중국의 압박까지 등장하면서 대한민국과 북한 미국 그리고 중국 4개의 축이 이뤄진 굵직한 뼈대가 완성된다.
 
영화 '백두산'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는 재난 영화 속 필수 요소인 사람이다. ‘백두산에서의 사람은 가족 그리고 두 남자다. 조인창은 임신한 아내를 두고 살아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갖고 있다. 그 이유를 놓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그렇지만 절절하고 긴장감 넘치는 발버둥은 아니다. 의외로 위트가 넘치고 경쾌하다. 죽음 직전의 재앙 속에서도 사람 냄새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해준 김병서 감독은 공동 연출을 통해 재난속에 인간미를 부여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시도한다.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으로서 남아야 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그렇게 인간미를 부여잡고 죽음의 재앙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조인창의 인간미 넘치는 위트는 리준평의 이중성과 맞물리며 기묘한 밸런스를 이뤄낸다. 조인창에게 없는 것이 리준평에겐 있고, 리준평에게 없는 것이 조인창에겐 있는 것처럼 두 사람은 한 몸처럼 서서히 서로의 간극을 좁혀 간다. 재난 영화 속 필수 요소인 재난과 함께 이 영화가 다른 재난과 차별점으로 선택한 두 남자의 버디 스타일이 강하게 녹아 든 지점이다. 어리바리한 조인창, 날카롭게 의뭉스런 리준평, 하지만 때로는 그 모습을 뒤바꿔 버리는 두 사람의 호흡은 명불허전이 따로 없다. 이병헌과 하정우의 투맨 쇼는 백두산 폭발의 화려함만큼이나 유려하다.
 
영화 '백두산'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두 사람은 이 재앙을 막아야 한다. 두 사람은 호흡의 재미까지 관객들에게 선사해야 한다. 극적 긴장감과 웃음 그리고 눈물까지 그려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분량과 몫은 전체 스토리의 동력이다. 때문에 그들의 뒤에 있는 나머지 인물들의 드라마가 상당 부분 삭제됐다. 인물의 밸런스 측면에서 감독 두 사람의 과감한 결단이지만 반대로 재난과 두 남자의 몫을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면 저울추가 너무 기울어진 느낌이 크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뒤덮는 한 가지는 백두산 폭발 장면이다. ‘신과 함께를 만들어 낸 덱스터스튜디오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이다. 영화 초반과 후반부 실사급의 폭발 시퀀스는 상상 초월이다. 사실 진짜 압권은 영화 초반 등장한 서울 강남 일대 붕괴 장면이다. 할리우드 재난 영화의 그것과 비교해 오히려 더 진화된 느낌을 준다. 실사 촬영을 의심케 할 수준이다.
 
영화 '백두산'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재난과 인물 그리고 주요 인물의 호흡과 영화적 목표가 근래 들어 꽤 흥미롭게 균형감을 갖춘 영화가 바로 백두산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 백두산 폭발에 버금가는 초특급 카메오가 등장한다. 12 19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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