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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시동’ 박정민 “마동석 선배 현장 비주얼 대단했다”
동명 웹툰 영화, 주인공 택일 연기…“연기가 아닌 과거 감정 끌어와”
“고두심 존재감 압권…훗날 나도 그런 존재감 가진 선배 되고 싶다”
2019-12-23 08:00:01 2019-12-23 08:41: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박정민에게 2019년은 무지막지한 한 해였다. ‘사바하로 첫 포문을 열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으로 달려봤다. 그리고 시동으로 자신만의 진짜 색깔을 오랜만에 제대로 터트려 봤다. 여기에 촬영 중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까지. 올 한해는 정말 열일의 2019이었다. 현재 극장가에서 상영 중인 시동은 올해 선 보인 여러 영화 가운데 가장 박정민과 어울리고 또 가장 박정민스러운 모습이며, 그래서 가장 박정민이 제대로 놀아 본 재미있는 한 판처럼 다가왔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동네 3류 양아치 택일의 모습이 이 보다 더 어울릴 수 없을 정도로 박정민은 택일에게 빠져 들어 연기했다. 사실 연기를 했다기 보단 연기를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배역에 달려든 모습이었다. 그 역시 실제로 고교 시절 영화 속 택일처럼 반항기 가득하고 부모님 가슴에 대못 한 번 제대로 박은 적이 있었기에 딱히 연기라기 보단 자신의 경험을 녹여 낸 기억의 복귀 같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반응도 좋다. 가볍게 보고 웃고 즐길만한 영화이지만, 분명히 얻고 갈 것도 많을 것 같은 영화 시동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박정민이다.
 
배우 박정민. 사진/NEW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만났던 박정민이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인터뷰였다. ‘너무 자주 만나는 것 같다고 쑥스러워 하는 그는 올해 마지막이 이번 시동이란다. 이 영화는 사실 자신과 함께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작품이라고. 제작사에서 어떤 지 한 번 봐라며 모니터링 개념으로 전달해 와 본인 역시 모니터링개념으로 읽었던 작품이란다. 그렇게 첫 인연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다 보진 못했지만 원작 웹툰을 이미 봤었기에 알고는 있었죠. 제작사에서도 이거 영화로 만들 건데 어떤지 한 번 읽어 봐라라고 시나리오를 건네 주셔서 정말 편안하게 읽었죠. 나중에는 제가 택일이 돼 있더라고요. 하하하. 우선 걱정이 됐죠. 원작의 방대한 인물들과 그 인물들 각각의 사연을 어떻게 다 집어 넣을까 싶었으니. 전달 받은 시나리오는 영화적으로 각색이 정말 잘 돼 있더라고요. 지킬 것은 지키고 쳐 낼 것은 쳐내고. 감독님의 고민이 많이 느껴져서 같이 해도 되겠다싶었죠.”
 
시동의 핵심이자 포인트는 사실 박정민이 연기한 주인공 택일이 아니다. 원작 웹툰에서도 등장하는 기괴한 비주얼의 인기 캐릭터 거석이형이다. 영화에선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다. 원작 속 비주얼을 그대로 끌어 온 듯한 싱크로율 100%의 모습이 압권이다. 영화 예고편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예고편 공개와 함께 온라인에선 순식간에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본 박정민의 느낌이 궁금했다.
 
배우 박정민. 사진/NEW
 
정말 실제로 보면 흉물스러워요. 하하하. 근데 처음 선배님의 모습을 보고 이 영화의 색깔과 톤이 어느 정도와 수준이구나란 게 딱 나오더라고요(웃음). 사실 선배님도 되게 투덜거리셨는데, 내심 속으론 되게 만족하시던 모습이었어요. 뭐 다들 잘 아시겠지만 동석 선배가 정말 유쾌하세요. 현장에서 많이 의지도 됐고. 선배님이 저 비주얼로 저렇게 해주시는 데 믿고 좀 나아가도 되겠다싶었죠. 하하하.”
 
마동석과의 무지막지한(?) 연기로 웃음을 자주 만들어 낸 박정민이다. 하지만 사실 진짜 고민은 극중 배역의 나이가 아니었을까.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18세 고교생 연기를 해야 했다. 박정민은 정말 쑥스러운 듯 그게 제일 고민이긴 했다고 웃는다. 아마도 올해 이 작품이 자신의 고교생 연기 마지막이 될 것 같단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그 시절의 말투, 그리고 그 나이대의 문화, 여기에 요즘 십대의 트렌드까지 섭렵하느라 고생 아닌 고생도 했다고.
 
제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이건 요즘 고교생들이 이해를 하고 납득을 해야 하잖아요. 그들만의 문화와 패턴을 알아야 하는데 어떻하지싶었죠. 실제로 그렇게 해봤는데 이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에요. 나이 든 사람이 어린 사람 연기하는 느낌 같은. 그래서 원작을 봤을 때의 느낌을 생각했죠. 어떤 결핍을 떠올렸어요. 그 시절에는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뭘 해도 성에 안차는. 그냥 반항하고 싶은. 그 감정을 좀 끌어와 봤어요.”
 
배우 박정민. 사진/NEW
 
결핍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관객들의 눈에는 10대 반항아가 선보이는 일탈이다. 바른 생활 이미지가 강한 박정민이지만 영화에선 꽤 탈선의 모습을 많이 연기한 바 있다. 그의 고교 시절에도 그런 모습이 있었을까. 알려진 대로 그는 서울의 유명 명문대학에 다니다가 영화 연출 공부를 위해 과감하게 자퇴를 하고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진학했다. 이곳에서도 그는 또 한 번 화려한 변신을 했다.
 
“(웃음) 뭐 너무 많이 알려져서. 택일처럼 그렇게 대놓고 반항하진 못했어요. 반항도 정말 담이 커야 하는 거에요. 동의하시죠(웃음). 영화 감독 되겠다고 부모님과 트러블이 있기는 했었죠. 그래서 학교도 뛰쳐 나왔고. 하하하. 그때 한 번 부모님에게 좀 실망을 드린 것 같은데. 대못이라긴 뭐하지만. 사실 지금도 가끔씩은 중고교 때 제대로 반항 좀 해볼 걸이란 막연한 생각은 해봐요. 만약 그랬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배우가 돼 있었을까. 뭐 이런 황당한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지만(웃음)”
 
지금은 배우로서 제대로 연기하고 제대로 좀 해보자 정도가 배우 박정민의 인생 목표가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연출도 있고, 지금 운영 중인 책방도 잘 꾸려 나가는 것도 있다. 책은 기회가 되면 쓰겠지만 너무 고달픈 작업이라 당분간은 좀 놓고 싶다며 웃는다. 뭐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웃는다.
 
배우 박정민. 사진/NEW
 
고두심 선생님이 저희 영화에 나오시잖아요. 저랑은 함께 하는 장면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죠. 현장에서 딱 한 번 뵈었어요. 선생님 연기는 진짜 아우라란 단어 조차 쓰기 죄송할 정도였어요. 첫 리딩 때부터 선생님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죠. 다들 그랬어요. 선생님이 상필이 할머니로 출연하신단 말에 모두가 왜? ? ?를 한 수십 번은 했으니깐(웃음) 감히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은 못하겠어요. 다만 저도 이번에 선생님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미래의 후배들이 를 연발할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선배이자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은 해보게 되네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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