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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법 복잡한 '한진 남매의 난'…열쇠 쥔 KCGI·반도건설
모든 가능성 열려있지만 '조원태 체제' 유지에 무게
2019-12-25 06:07:11 2019-12-25 06:07:11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한진그룹 '남매의 난'의 결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의 반란을 제압하고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변수가 많아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남매 간 지분싸움의 열쇠는 조씨 일가가 아닌 제3자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은 내년 3월 열릴 주주총회까지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때 상정될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셈법이 복잡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조 회장이 승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사진/뉴시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경영권을 잃게 된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이 대항한공과 진에어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조 전 부사장이 반기를 들기 전까지 조 회장의 연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가족과 특수관계인,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까지 포함하면 재선임 안건 통과를 위한 지분을 모두 확보한 것과 다름이 없어서다.
 
사내이사 선임은 일반결의사항으로 주총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을 받으면 통과된다. 올해 주총과 마찬가지로 80%가량을 주총 참석률로 가정했을 때 40% 정도의 표를 확보해야 연임이 가능한데 이들의 지분율 합계는 39% 수준이다.
 
그러나 남매의 난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조 회장은 우선 조 전 부사장의 지분(6.49%)만큼을 다른 곳에서 확보해야만 된다.
 
아직 입장이 알려지지 않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와 이명희 정석학원 고문(5.31%)이 어느 편에 설지도 미지수다. 만약 조 전무와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의 손을 들어 준다면 조 회장이 새로 끌어모아야 할 지분은 18% 정도로 늘어난다.
 
조 전 부사장이 다른 주요주주와 손잡는다면 조 회장은 더욱 난처해진다. KCGI(17.29%)와 대호개발 등 반도건설 계열사(6.28%)와 연합하면 조 전 부사장 측의 지분율은 30%가 넘는다. 조 회장과 델타항공뿐 아니라 조 전무와 이 고문의 지분을 모두 더한 28.3%보다 많은 것이다.
 
조 회장 입장에서도 KCGI와 반도건설 측을 우군으로 만든다면 경영권 확보가 안정권에 들어간다. 조 회장과 델타항공, KCGI, 반도건설의 지분은 총 40% 정도다. 조 전무와 이 고문까지 합세한다면 절반이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조 전무와 이 고문, 델타항공이 함께한다는 전제로 조 회장이 KCGI나 반도건설 중 한 곳하고만 손을 잡아도 각각 45%, 35%가량의 지지를 얻게 된다.
 
한진그룹 남매의 난의 열쇠를 KCGI와 반도건설이 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KCGI와 반도건설의 지분율이 높은 만큼 이들의 선택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KCGI의 경우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가 힘을 잃는 모습이었는데 이를 반전시킬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KCGI가 한진그룹의 후진적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땅콩 회항'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조 전 부사장보다는 조 회장 쪽에 설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부정적 여론 등을 생각하면 KCGI가 적극적으로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기는 부담스러워 보인다"며 "KCGI 입장에서는 조 회장과 협조해 계속 부족하다고 지적했던 한진그룹의 지배·사업 구조 개편에 자신들의 요구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게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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