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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리듬)항공사, '마일리지 개편'...소비자들 득과 실은?
2020-01-06 17:55:49 2020-01-06 17:55:49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앵커]
 
해외 출장이나 여행 자주하시는 분들, 항공사 마일리지 덕 보신 분들 꽤 계실 텐데요. 하지만 마일리지 사용처가 매우 제한적인 데다가 해외여행을 1년에 한, 두 번 떠나는 보통사람들은 써 볼 기회마저 없습니다.
 
그런데, 항공사들이 앞으로 마일리지를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소멸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회계상 마일리지가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일단 이해 못할 입장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드리겠습니다. 산업부 김지영 기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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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항공사 마일리지 10년 유효기간제도가 지난해부터 도입됐다고요? 이전까지는 유효기간이 없었는데 왜 항공사들이 이렇게 갑자기 마일리지를 도입하게 된 겁니까?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기자]
 
네 마일리지는 그동안 항공사들의 대표 마케팅 수단이었는데요. 카드사들이나 유통사들이 포인트를 쌓아주는 것도 경쟁사 말고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하라는 전략이지 않습니까. 마일리지 또한 비슷한 개념입니다.
 
국내의 경우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 제도를 오래 전부터 유지해왔습니다. 이들 항공사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없었는데요. 지난해부터 10년 유효기간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유효기간을 도입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요. 업계에서 추측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마일리지가 회계 상 '부채'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해가 갈수록 마일리지가 쌓이면서 재무에도 영향을 줬는데요. 이 때문에 마일리지 소각에 나선 것입니다.
 
여기에 올해 항공사들의 실적 또한 전반적으로 악화했습니다. 아시아나는 경영난으로 주인이 HDC현대산업개발로 바뀌었고요. 업계 '큰 형님' 대한항공도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가량 급감했습니다.
 
경쟁 심화로 실적은 계속 떨어지는데 해마다 쌓이는 마일리지는 부채로 잡히니 궁여지책으로 10년 유효기간을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사실 카드사들이나 유통사들 포인트도 대부분 유효기간이 있으니까 유효기간 도입 자체가 잘못돼 보이지는 않는데, 소비자 반발이 왜 이렇게 심한 겁니까?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기자]
 
국적 항공사들은 유효기간 제도를 도입하며 외항사들과 비교해 가장 긴 수준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유효기간이 없는 항공사는 미국 델타항공 정도고요. 주요 외항사들의 소멸 기한은 대부분 2~3년입니다.
 
가장 긴 캐나다항공도 7년이라 이에 비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유효기간은 긴 편이긴 합니다.
 
문제는 국적사들의 마일리지는 모아도 쓰는 게 쉽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사실 카드사나 유통사들의 포인트는 조금만 모여도 다양한 제휴처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항공사 포인트는 항공권이나 항공사에서 파는 상품을 사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해외 방문이 잦은 직업을 가졌거나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일리지를 모아 항공권을 사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걸릴 텐데요. 이처럼 사용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 10년으로 유효기간을 정해버리면 마일리지를 버려야 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겁니다.
 
또 마일리지가 충분해도 이를 이용해 살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불만이 많습니다. 보너스 좌석은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약관에 보너스 항공권은 '여유좌석 이용이 원칙'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 '여유좌석'이란 게 개념이 모호해 대체 얼마만큼의 좌석이 풀리는지 소비자는 알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정리하자면 쓰기 어렵게 마일리지 제도를 만들어놓고 유효기간까지 도입한다니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인거죠.
 
또 카드사 상품 중에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제품들이 많지 않습니까? 항공사가 카드사에 마일리지를 팔았기 때문인데요.
 
마일리지 장사를 해놓고는 이제 와서 마일리지는 항공사의 '서비스'라고 주장하며 항공사 임의대로 유효기간을 도입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네 불만이 커지니 대한항공이 최근 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합결제'를 도입했다면서요? 이 외에도 마일리지 제도를 손봤는데 오히려 반발이 더 커지고 있다고요?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기자]
 
네 대한항공은 지난달 현금과 마일리지를 함께 이용해 항공권을 살 수 있는 복합결제를 올해 11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만원짜리 항공권을 사기 위해서는 만원만큼의 마일리지를 가지고 있어야만 했는데, 이제는 2000원은 마일리지로, 8000원은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와 함께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입할 때의 공제 비율도 손봤는데요.
 
개편 전에는 6만2500마일리지가 있으면 뉴욕이나 애틀란타 편도 비즈니스석 티켓을 살 수 있었는데 개편 시 9만 마일리지가 필요합니다.
 
이밖에 LA,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등 미주 노선과 파리, 바르셀로나, 프라하 같은 유럽 노선들도 비즈니스석 마일리지 차감액이 더 높아졌습니다.
 
적립률도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은 더 높아지거나 현행을 유지했지만 일반석은 예약등급이 낮을수록 적립률이 더 낮아졌습니다.
 
얼리버드나 프로모션 항공권을 산 승객은 과거에는 운임의 70%를 적립할 수 있었는데 개편 후에는 25%만 적립할 수 있습니다.
 
[앵커]
 
공짜 티켓이나 비즈니석이나 일등석을 타기 위해 열심히 마일리지를 모은 고객은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이네요. 실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요?
 
[기자]
 
이전에도 소비자단체의 불만 제기는 계속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개별 소비자들이 직접 뭉쳤습니다.
 
한 공동 소송 플랫폼에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한 법무법인이 공동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한 소비자는 "연회비가 높아도 마일리지를 적립하기 위해 적립률 높은 신용카드를 사용했고, 가격이 비싸도 마일리지 때문에 대한항공을 주로 이용했는데 이렇게 일방적인 개편은 소비자 기만"이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소송을 맡게 된 법무법인 태림은 오는 12일까지 소비자 고발장을 받은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변경 약관 심사를 해줄 것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인데요.
 
공정위도 커지는 불만에 개편안을 손볼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으로부터 시작한 항공사-소비자 간 대립이 쉽사리 잦아들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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