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모르는 나라
입력 : 2020-01-09 06:00:00 수정 : 2020-01-09 06:00:00
세상에는 두 유형의 인간이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기후 위기 전사’, ‘21세기 환경소녀’로 불리는 올해 열일곱 살의 그레타 툰베리는 당연히 전자에 속한다.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가. 지구상에는 두 유형의 국가가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정책을 펴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대한민국은 어디에 속할까.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한다. 기후 위기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빌리면 그렇다. 
 
지구온난화가 빚어낸 지구상 변화는 때론 서서히, 때론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구 기온이 서서히 상승하는 것은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100년 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 밖에 오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타나는 현상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호주 산불은 이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그리고 가장 무서운 모습이다. 넉 달째 호주가 불타고 있다. 수십 명의 호주 주민들이 숨졌다. 서울 면적의 수십 배, 남한 면적의 절반에 이르는 숲이 불탔다. 코알라와 캥거루 등 야생동물 5억 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언제 불을 끌 수 있을지 호주 정부는 막막하기만 하다. 대형 산불이 호주에서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넉 달째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된 배경으로 호주 기상청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난 6일부터 사흘 내내 전국에서 기록적인 겨울비가 내렸다. 영하의 날씨였다면 전국이 폭설로 뒤덮여 교통은 물론 일상이 마비되었을 것이다.
 
기록적인 산불을 계기로 호주인은 분명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국민의 90% 가량이 잘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이상 겨울비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그만큼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 차원, 지구 차원 모두에서 기후 위기가 몇 배 아니 몇십 배 더 중요한데도 말이다. 눈앞에 당장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후진적 사고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서서히 오더라도 그것이 초래하는 위험이나 위기는 급작스럽게 온다. 이런 유형의 위험은 알아차렸을 때는 되돌리기 어렵다. 그 어느 환경 파괴 등과 비교해도 회복하기 어렵고 되돌리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사전주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가장 먼저 확실하게 적용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기후 위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시민들은 서서히 물이 끓어오르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다가오는 생명의 위협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왜 생기고 어떤 정책 펴야 하며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는 한국인을 비롯해 인류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는 50가지 방법’ 등 온갖 대책들이 나와 있다. 문제는 방법이 아니라 이를 얼마나 잘, 끈질기게 한 마음으로 실천하느냐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당장 줄이고 나아가 이른 시일 안에 없애며 태양과 바람의 재생에너지 대전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대명제에도 딴죽을 거는 집단들이 있다. 화석에너지로 당장 먹고 사는 기업과 그런 기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정치집단, 관료, 전문가들이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과거, 현재와 단절하는 용기와 행동이 절실하다. 지금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아는 인간과 국가가 필요하다.
 
안종주 단국대 초빙교수·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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