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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환경문제 너무 안이한 한국
2020-01-14 06:00:00 2020-01-14 06:00:00
환경문제는 지금 서구에서 ‘세기의 사건(L'affaire du siecle)’으로 부각되고 있다. 프랑스는 이 ‘세기의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19일 밤 국회에서 환경보호와 일회용 근절을 위한 반(反)낭비법을 통과시켰다. 장장 2주간 50시간 이상의 토론을 거쳐 초당적으로 이끌어 낸 결과였다. 그러나 이 법만으로 지구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프랑스 그린피스(Greenpeace), 옥스팜(Oxfam), 윌로재단(la Fondation Hulot), 노트르 아페르 아 뚜스(Notre affaire à tous, 우리 모두의 일) 4개의 환경 단체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지구보전에 충분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부터 1년간 펼친 청원운동으로 프랑스인 230만 명의 동참을 얻었고 이를 동력으로 ‘세기의 사건’을 재점화하고 있다.  
 
사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환경문제는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움직여야 하고, 대기업이 움직여야 하고, 투자가들이 움직여야 하고, 시민들이 움직여야 한다.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라는 말로 환경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프랑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늑장을 부리고 있는 몇몇 목표치를 계산해 발표하고 정부의 목표치 도달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폭로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여 온 속도로는 2030년까지 계획한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고, 2059년까지도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파리기후협정에서 발표한 목표치 달성도 29년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불안을 감지하고 있는 시민들이 증인으로 나와 SNS에 해시태그를 달도록 했다. ‘세기의 사건’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시민이 동참하도록 한 것이다.
 
행동하는 시민들 앞에 정부는 더 이상 늑장을 부릴 수 없었던 것일까. 지난 10일 마크롱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제4차 시민협정에서 발의된 안건들이 결실을 맺도록 국민투표로 결정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파리 경제·사회·환경 위원회에서 “나는 국민투표를 통해 몇 가지 대책을 결정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야 환경에 대한 염려를 모두 함께 나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시작한 이 시민협정은 프랑스 국민들 중 약 150명을 무작위 추첨으로 뽑아, 오는 4월까지 일곱 차례 협의 모임을 갖고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40%(1990년 기준)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이 대책들 중 특히 식품낭비방지법은 생산지와 판매지 간의 부가가치세를 연동시키고, 공공장소와 민간의 에너지 사용을 명확한 방법으로 제한하고, 프랑스 가정의 자동차 사용을 줄이도록 제한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또한 환경과 기후, 그리고 생물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길 희망하고 있다. 국민투표를 통해 프랑스인들이 순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기의 사건’이 된 환경문제를 프랑스에서는 민관이 합심해 최선의 안을 도출해내려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문재인 정부와 한국 시민단체들, 그리고 국민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어떤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우선 지난주 있었던 문 대통령 신년사를 보자. 프랑스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신년사에서 환경 관련 단어들은 주로 미세먼지만을 언급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높은 겨울과 봄철 특별대책을 마련해 3월까지 강화된 선제조치를 시행하고, 계절 관리제, 석탄발전소 가동중단, 노후차량감축과 운행금지, 권역별대기개선 대책, 친환경 선박연료 사용 등을 통해 대기질의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 국외 요인에 대응해 중국과의 공조·협력도 강화할 것이다”라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대책들은 환경문제를 ‘세기의 사건’으로 보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처방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선거 공약처럼 나열에 그치고 있다라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미세먼지 하나만을 국부적으로 다루고 처방전을 내놓기보다 기후변화 전체에 대한 정부의 비전을 제시해야 환경문제는 개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한국 정부는 기후 온난화 현상에 대해 좀 더 종합적인 관점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산화탄소 감소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서구 선진국들처럼 제시해야 한다. 프랑스는 시민 협의체를 구성해 3개월간 토의하고 그들이 내놓은 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 스스로가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던가. 우리도 환경문제를 좀 더 큰 국가문제로 이슈화해서 국민이 동참하고 해결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환경문제는 현 정부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검찰개혁, 적폐청산, 남북문제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서구사회가 ‘세기의 사건’이라 명명하겠는가. 지금처럼 열외로 다루다간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한다. 정부와, 시민사회, 국민은 왜 환경문제가 ‘세기의 사건’인지 되새겨 보고 서둘러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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