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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라이프)지갑 없이 하루 버티기
모바일페이로 결제…계좌이체로 현금 대신 사용
배터리 없으면 무용지물
2020-01-17 06:00:00 2020-01-17 0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18년 기준 대한민국의 현금 결제비중은 19.8%.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 비중이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현금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지난 월요일 밥줄인 노트북과 충전기를 헐레벌떡 챙기고, 한손에 핸드폰을 쥔 채 서둘러 나왔다. 지하철역 개찰구 앞에서 교통카드를 꺼내려는 순간, 전날 바꿔 맨 가방 속에 지갑을 넣어둔 사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지갑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가면 월요일부터 지각이다. 20초 고민 후 지갑 없이 하루를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현금뿐 아니라 카드까지 모조리 없는 상태로 말이다. 
 
현금 없이는 종종 돌아다녔어도, 카드까지 없었던 적은 전무했다.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현금이 없으니 1회용 카드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삼성페이에 저장해 놓은 후불 교통카드가 있어, 간신히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몇 달 전 교통카드 기능이 없는 카드만 들고 나온 이후로 미리 후불 교통카드를 저장해 놓았던 것이 유용했다. 
 
편의점 등 상점에서 모바일 페이를 통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기자실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일과를 시작했다. 메일을 확인하고, 취재원과 통화를 하고 일을 시작했다. 휴대폰이 드르륵 울리며, 자료가 배포될 것이라는 문자가 왔다. 핸드폰이 없었다면, 지하철 개찰구에서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다시 돌아갔을 것이다. 일상의 소통과 긴밀히 연계돼 있는 휴대폰이 없으면 이제는 일하기조차 힘들어지는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출근길 화폐기능 역할도 톡톡히 했다. 
 
점심시간이다. 하나둘 점심 약속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동료 기자와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지갑과 휴대폰을 가지고 보통 나가지만, 오늘은 핸드폰만 가지고 나갔다. 적당히 붐비는 곳에 착석을 했다. 식사 후 계산은 아쉬운 대로 삼성페이로 결제했다. 신용카드가 보편화 되기 전에는 1만원 미만 금액을 카드로 계산하는 것이 눈치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용카드뿐 아니라 모바일페이도 활개를 치면서 현금 대신 카드나 모바일페이를 쓰기 위해 핸드폰을 내미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삼성페이가 국내에 처음 도입됐던 2015년에는 계산을 해달라고 휴대폰을 내밀면 어리둥절하던 상점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건네받고 계산을 한다. 삼성페이 말고도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지역화폐 등 모바일 페이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계좌이체나 카카오페이 송금으로 소액 결제도 가능하다. 사진/뉴스토마토
 
오후 출입처 미팅을 위해 이동을 했다. 명함은 집에 두고 온 지갑 속에 있다. 기자에게 명함은 총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격이지만, 꼼꼼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탓하면서 장소로 나갔다. 상대방 명함을 받고, 명함관리앱 리멤버에 있는 명함을 전달했다. 
 
지갑 없는 하루임에도 나름 순탄했다. 지갑 없이 군것질도 감행했다. 퇴근길 보이는 붕어빵 트럭을 보자 군침이 흐르지만,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지나치려 했다. 언뜻 보인 붕어빵 주인 아주머니의 센스, '카카오페이 송금' 주소가 보인다. 2000원 결제를 하고, 4개의 붕어빵을 받았다. 올 겨울 처음 먹어보는 붕어빵이다.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다른 트럭에는 계좌이체라는 글자도 붙어있었다. 지갑 없이 다니는 사람들을 배려한 센스다. 그런데 집 앞 편의점, 저녁거리를 챙길 요령으로 들어갔지만, 빈손으로 나와야했다. 휴대폰 배터리 5%, 휴대폰이 꺼지기 전에 계산을 하려했지만, 배터리 5% 이하는 결제 자체를 할 수 없다. 휴대폰 배터리가 없다면 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다행히 앱카드 오류 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소프트웨어 오류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밥값을 지불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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