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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미래 GV80…'독일차 아성' 고급 SUV 시장 장악할까
2020-01-17 05:49:19 2020-01-17 05:49:19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이 하루 만에 연간 목표의 절반 이상을 달성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벤츠와 BMW 등 수입차가 잡고 있던 고급 SUV 시장의 주도권을 거의 손에 쥐었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안착시키고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 데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식 출시한 제네시스 GV80은 하루 만에 1만5000대가량이 계약됐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연간 판매 목표로 제시한 2만4000대의 절반이 넘는다. 지난해 11월부터로 예상됐던 출시가 정부 인증과 내부 사정 등으로 미뤄지면서 쌓였던 우려를 무색하게 만든 성과다.
 
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네시스 GV80 출시행사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장재훈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담당 부사장, 이용우 제네시스사업부 부사장,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전무. 사진/현대차
 
GV80의 출시 첫날 계약 건수는 작년 국내에서 판매된 주요 고급 SUV의 판매량을 크게 뛰어넘는다. BMW X5는 2205대가 팔렸고 벤츠 GLE과 아우디 Q7은 각각 2003대, 4155대가 판매됐다. 볼보 C90은 1416대가 팔렸다.
 
역동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담아 호평을 받은 디자인, 각종 신기술이 적용된 안전·편의사양이 폭발적인 계약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모델에는 없는 안전·편의사양을 대거 적용하고 이 부분이 강조되면서 안락한 주행환경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 제네시스가 주요 브랜드에 크게 뒤지지 않는 고급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본다면 가장 차별화되는 게 첨단 기술을 활용한 편의성"이라고 말했다.
 
GV80는 능동형 노면 소음 저감 기술(RANC: 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 기술은 노면 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0.002초 만에 반대 위상의 음파를 발생 시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불규칙한 노면 소음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운전 스타일 연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ML, Smart Cruise Control-Machine Learning)이 탑재된 것도 GV80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 기능은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항속 기술로 운전자의 주행 성향을 차가 학습해 운전자가 운전하는 것과 흡사한 자율주행을 구사한다.
 
제네시스 GV80.사진/현대차
 
승차감을 높여주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lectronically Controlled Suspension with Road Preview),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로 변경을 해주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 (HDA II) 등도 적용됐다.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차량 내 간편결제서비스인 제네시스 카페이, 주 조작부에 위치한 필기 인식 조작계에 손글씨를 쓰면 목적지를 설정하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도 신기술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GV80은 6580만원부터 시작하고 GLE는 9000만원, X5는 1억원, Q7은 8000만원 정도에서 출발한다. 서비스 네트워크도 GV80이 우위에 있다.
 
GV80은 이런 점을 내세워 국내 고급 SUV 시장에서의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시장에서의 성과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 위축 속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란 점에서는 미국 시장 성적표가 더욱 중요하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최근 2년 연속 감소했고 올해도 8800만대 안팎에서 정체되겠지만 고급차 판매는 2~3%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에서의 성공은 사실상 제네시스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유럽 고급차 시장 공략의 발판이 될 것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차가 2025년까지 미래차에 투자할 재원 마련과 목표로 하는 영업이익률 달성을 위해서도 GV80의 미국 시장 성공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도 국내에서와 같은 모델들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이고 공략 포인트도 가격 대비 성능과 첨단 안전·편의사양 등으로 같겠지만 성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며 "고급 차량 구매에는 브랜드 이미지가 큰 영향을 주는 데 제네시스는 아직 그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렉서스의 사례를 생각하면 제네시스가 고급 브랜드로 안착하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관측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고급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는 부족하지만 차량 자체만 놓고 보면 경쟁력이 있다"며 "독일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고급차 시장은 벤츠와 BMW, 렉서스가 각각 15% 안팎을 점유하면서 삼등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네시스의 점유율은 1% 안팎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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