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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포스트 차이나'①)미중 분쟁·현지업체 약진에...발길 돌린 삼성·LG
2020-01-28 06:01:03 2020-01-28 06:01:03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 업체들은 중국을 잇는 '포스트 차이나'에서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국 시장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리스크에 노출된 가운데, 현지 브랜드들의 강세로 더 이상 '기회의 땅'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에서다.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국가들은 잠재성 높은 시장 규모,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투자 인센티브 등으로 제조사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표/한경연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정식으로 서명하면서 양국간의 긴장감 해소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다만 전자업계에서는 관심이 집중된 '화웨이 제재' 관련 현안은 합의안에 빠져있는 만큼 당분간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윤섭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1차 합의로 인해 주식 시장이 회복되고 전반적으로 안정화된 효과는 있지만 여전히 강약 조절 단계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여 안심할 수는 없다"며 "특히 화웨이 관련 사안의 경우 장기전이 될 수 있고,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소비하기로 한 2000억불이 이행될 경우에도 반도체 등 국내 업체들의 수출 물량이 대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특히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만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수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 총 수출액은 5423억3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국내 수출의 4분의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수출액이 지난해 1362억1300만달러로 전년 보다 16%나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약진으로 시장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잃었다. 화웨이와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상위 4개업체의 자국 시장점유율이 약 80%에 달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 가성비를 내세운 현지 업체들의 공세로 2013년 19.7%에 달하던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1% 아래로 꼬꾸라졌다. 생활가전과 디스플레이 등 다른 품목에서도 현지 업체들의 추격은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들의 시선은 '제 2의 중국'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광둥성 후이저우 지역의 스마트폰 공장을 완전히 철수시키고 베트남과 인도로 생산 기지를 옮겼다. LG전자도 평택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생산자제조방식(ODM)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국가들이 또 다른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는 당분간 중국과의 완전한 결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대규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확장에 나서고 있고,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 낸드플래시 공장에 추가 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심 연구위원은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으로부터 로컬 기업들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전자업체들의 중국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노동집약적 산업은 인건비가 중요하지만 시장성도 봐야하고 수율 문제도 있기에 고부가가치 산업일수록 종합적이고 신중한 판단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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