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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 국가위기와 행정 신뢰
2020-02-04 06:00:00 2020-02-04 06:00:00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 빠져있다. 영화 ‘감기’가 현실로 나타난 것일까. 바이러스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감염자는 도시를 넘고, 국경을 넘는다. 세계인임을 뽐내며 국제이동을 하던 현대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부 국경을 폐쇄하고 중국인들을 혐오하는 진풍경마저 벌어진다.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은 중국에서만 361명. 중국 밖에선 사망자가 없었지만 지난 2일 필리핀에서 1명이 죽음으로써 공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은 다행히 사망자는 없지만 확진자가 자꾸 늘어 15명, 일본은 20명, 미국은 8명, 프랑스는 6명 등 세계 곳곳에 퍼져 총 1만45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각국은 초비상사태에 돌입했고,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한에 전세기나 군용기를 보내 교민을 송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 한국은 적지 않은 잡음이 일었다. 우환에서 송환되는 교민을 어디에 머물게 할 것인가. 처음에는 천안으로 송환한다고 했지만, 천안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아산과 진천으로 바꿨다.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이 지역 주민들의 분노를 샀고 결국 물병과 계란을 던지며 “우한 교민 격리수용을 결사 반대한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를 지역이기주의라며 님비를 거론했지만, 과연 이는 지역이기주의로만 매도할 일인가. 왜 우리는 위기 때마다 이런 소란들이 벌어지는가. 다른 나라 정부들도 위기 때 우리처럼 우왕좌왕하는가. 
 
프랑스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007 작전에 버금갈 만큼 철저한 보안 속에 일사천리로 전략을 짜 우한의 프랑스인들을 데려오도록 했다. 지난달 30일 자정 우한에 군용기가 도착해 약 200명의 프랑스인을 싣고 그 다음날 정오 마르세유 부근 까리 르 루에(Carry-le-Rouet) 마을에 도착했다. 송환된 사람들은 이 마을의 휴양시설 안에 있는 각각의 개인 방에서 14일간 머물러야 하지만 활동은 자유롭다. 의료진 40명과 보건 위생병 80명이 한 팀을 이뤄 2주간 이들을 돌보고 경우에 따라선 2주간 더 연장된다. 송환자들이 도착할 때 언론과 구경꾼들은 전혀 접근할 수 없고, 4일까지 이 지역의 상공을 그 어떤 비행기도 날 수 없다. 
 
알프 코트 다쥐르 지방에 위치한 까리 르 루에는 해수욕장 마을로 6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쾌적한 곳이다. 교민들은 환자가 아닌데 수용소나 요양소로 보내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다”라고 보건 총괄본부장 제롬 살로몽(Jérôme Salomon)은 설명했다. 사실 프랑스 정부가 송환자들을 어디로 이송할 것인가 설계를 할 때 기준이 있었다. 그것은 광활하고 쾌적한 곳이어야 했다. 까리 르 루에는 이 기준을 충족시킨다. 또 다른 기준은 지역의 안전이다. 이 휴양지는 주민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 위치하고 있고, 안전을 위해 공권력이 쉽게, 그리고 곧장 접근할 수 있는 도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리 르 루에의 일부 주민들은 우한에서 온 교민들이 자기 마을에 머무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다고 이 마을의 수장 장 몽타냑(Jean Montagnac)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주민들은 “전염되지 않는 것이 확실한가요?”라고 수장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리고 몇몇 어민들은 2월 1일과 2일, 이 마을의 대축제를 망치게 된 것에 대해 항변하기도 했다.
 
몽타냑 수장은 “수용이 필요한 프랑스인들을 받아들이는 데 난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것은 나의 의무다. 그러나 우리 마을이 지정된 것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그리 썩 유쾌하지 않다. 적어도 나는 이 일에 대한 대비를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덧붙였다. 몽타냑에 따르면 도지사와 크리스토프 카스타네(Christophe Castaner) 내무부 장관은 언론을 통해 발표한 것을 사과했다. 어쨌든 몽타냑은 “설령 그들 중 누군가 감염이 된다고 해도 우리는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독방에 격리되어 있고 이미 공권력이 주시하고 있다”라고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한 주부는 “시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의 격리조치를 신뢰하고 있어서 그 어떤 걱정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정부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한 예방대책을 검토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 대책을 둘러싸고도 프랑스와 우리는 꽤 큰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는 우한 교민의 송환지를 세심하게 설계했다. 교민들이 귀국해 쾌적한 곳에,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는 격리된 곳에, 그리고 비상시 정부가 곧장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닦여진 곳을 찾아 부처 간 긴밀히 협의했다. 한국도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이성적으로 어떤 원칙을 세우고 큰 그림을 그려 부처 간 긴밀한 공조체제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이랬다저랬다 우왕좌왕하는데 지역 주민들인들 어찌 우왕좌왕하지 않겠는가. 아산과 진천 주민들의 소동은 님비이기 이전 행정에 대한 불신의 문제로 봐야 한다. 위기에 믿지 못하면 공포는 더욱 확장되는 법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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