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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근무성적 불량만으로 간부사원 해고할 수 없다"
법원 "회사가 통상해고를 근로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2020-02-23 09:00:00 2020-02-23 09: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기업이 근무태도나 성적이 불량하다는 이유만으로 간부사원을 해고할 수는 없으며 직원이 근로 의사가 없다는 점을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23일 현대자동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간부직원의 부당해고구제판결을 취소해 달라"면서 낸 소송에서 중앙노동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사진/뉴시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92년에서 현대차에 입사해 2007년 과장으로 승진, 간부사원이 됐고 2009년 5월부터는 상용엔진생기팀에서 근무했다. A씨는 팀에서 프로젝트 업무는 수행하지 않고 원가절감 업무만을 전담했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인사평가 결과가 하위 2% 미만에 해당하는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PIP를 시행하고 있는데 A씨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2013년을 제외하고 8년간 7회에 걸쳐 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차는 2018년 3월 A씨에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해고는 부당하다며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인용했다.
 
현대차는 "A씨는 장기간 근무성적이 극단적으로 부진했고 개선의 여지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라는 통상해고 사유가 인정된다"면서 "취업규칙에 통상해고에 관한 절차 규정이 없음에도 충분한 절차적 보장도 했으므로 회사가 A씨를 통상해고한 것이 해고 사유의 증명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이 사건 판단은 잘못됐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회사의 해고 사유는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압력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크며 PIP는 사실상 직원을 퇴출시키기 위한 목적이 강했던 점, 회사로부터 충분한 역량 발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점, 회사가 진지하게 전환배치를 제안한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춰 해고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와 중앙노동위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고는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정당성이 인정되고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증명책임은 사용자에 있다"면서 "A씨는 현대차에 업무성과 향상을 위한 계획서를 수차례 제출하면서 근무성적 개선 의지를 표출했으며, A씨가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자료를 찾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에 대해 통상해고를 할 수 있다고 하면 현대차가 통상해고를 근로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근로자 지위가 과도하게 불안정해지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해고가 위법하다는 전제에서 내려진 판정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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