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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이야기)코로나에 장애인들이 위험하다
2020-03-04 06:00:00 2020-03-04 06:00:00
대구 북구에 위치한 성보재활원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5명을 포함해 원장과 국장 등 모두 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성보재활원은 거주 장애인 157명, 종사자 80명 등 237명이 있는 대규모 시설”이라고 언론이 전한다. 원장과 국장 등은 자가 격리 중이고, 중증장애인들은 서울시로 이송해서 진료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곳의 원장은 신천지 신도라고 하는데 자가 격리 중인 직원도 출근을 시켜서 일을 더 키웠다.
 
대구·경북 지역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코로나 19 확정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북 칠곡의 밀알사랑의 집, 경북 예천의 극락마을, 그리고 경북 청도의 대남병원에서는 폐쇄 정신병동에서 갇혀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훨씬 더 감염 위험성이 있고,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대남병원 정신병동의 환자들은 이송했고, 장애인 시설에서 확진을 받은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해서 치료하겠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장애인 주거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서울시는 장애인 생활시설을 줄이고 탈시설 정책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향후 그런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가야 맞다.
 
서구에서는 이미 40년 전에 생활 사회복지시설을 해체하고 지역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로부터 격리된 곳에서는 인간다운 생활 자체가 어렵고, 그것 그대로 인권침해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장애인들을 시설에 가두고 특히 정신장애인들을 정신병동에 가둬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지역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그런 인식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또 하나 장애인과 관련해서 대구지역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3월 3일 현재 대구 지역에서 자가 격리 중인 장애인 가구 13가구이다. 이들 중 확진자 1명은 상주적십자병원으로 이송해서 입원 치료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가 격리 중인 장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들이 일손을 놓고 있어서 걱정이다. 대구 지역 사회 전체가 코로나 위험지역이다 보니 활동지원 인력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우선적으로는 대구 지역의 활동가들이 자가 격리 중인 장애인들의 생활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충분치 않아서 문제다.
 
장애인들은 무차별적인 감염병에 더욱 취약하다. 서울에 사는,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장애인 활동가 중 내 친구 A는 평소 폐가 약해서 아예 알아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도 폐질환이 발생해 병원에 한 동안 입원했던 적도 있다. 그러니 더욱 조심을 해야 한다. 대구 지역의 아는 장애인 활동가도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자가 격리 중인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물품과 식품들이 속속 답지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스스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생쌀과 조리되지 않는 음식 재료들이 도착해서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장애인들이 생활을 하기 어려운 조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장애인에 대해서 24시간 활동 지원을 한다고 언론에 보도 자료를 냈지만, 실제는 지침에서는 24시간 활동지원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정부 대책에 허점이 발견된 것이다.
 
전염병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더욱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을 비롯한 쪽방 거주민들, 그리고 노숙인 등이 그렇다. 그들에게는 평소 지원되던 밥과 음식과 의료지원, 주거지원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안전 취약계층 중에 지원이 절실한 이들이 누구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혼자 고립된 채 생활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들에게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재난상황이 누군가에게는 더욱 가혹한 세상이 아닐 수 있기를 바란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pl31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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