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N번방' 운영자들 선고 일제히 연기
검찰, 비판 여론에 재판 중 추가 조사 나서…"중형 선고되도록 노력"
입력 : 2020-03-26 17:00:00 수정 : 2020-03-26 17: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운영자들에 대한 선고가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N번방', '박사방' 등의 실체가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검찰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춘천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대성)는 26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음란물 제작·배포)로 기소된 텔레그램 닉네임 '켈리' 신모씨의 항소심 공판을 27일 오전 10시에서 내달 22일 오후 2시40분으로 변경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변론 재개 신청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씨는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 영상 텔레그램 공유방의 시초인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아 운영한 계승자다. 신씨는 지난해 1월부터 같은 해 8월 말까지 경기도 오산시 자신의 집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9만1890여개를 저장해 이 중 2590여개를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해 2500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자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신씨에 징역 2년을 구형한 검찰은 항소하지 않아 항소심은 1심보다 가벼운 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은 원심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368조 '불이익변경의 금지'에 따라서다.
 
하지만 신씨의 항소심 진행 중 N번방 사건이 크게 확대됐다.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이 검거되고, N번방 등 다른 성착취방의 실체 역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씨에게 1심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다면 검찰은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에,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신씨와 N번방의 관련성을 증명할 만한 추가 증거 등을 제시하기 위해 변론 재개를 신청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 기소 당시에는 N번방 관련성을 인정할만한 자료가 전혀 없었다"면서 "N번방 사건의 관련성 및 공범 여부 등을 보완 수사해 그 죄질에 부합하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선고를 앞두고 변론이 재개되는 경우에는 검찰 측이나 변호인 측이 추가 증거를 제시해 심리가 더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서 "최근 텔레그램 음란영상방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법원도 신중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변론 재개를 결정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 음란영상방 사건과 관련, 선고가 돌연 연기된 재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25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박민 판사는 검찰 측 요청에 따라 다음달 9일로 예정했던 텔레그램 닉네임 '와치맨' 전모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열린 전씨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N번방과 박사방 등과 전씨 사이에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뒤늦게 전씨에 대한 검찰 구형 내용이 알려지자 "피해자들은 생각지 않은 가해자 중심의 구형"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검찰은 전씨에 대한 추가 조사 후 다시 결심을 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를 기소할 당시에는 N번방과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다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링크 게시 외에 직접 음란물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하지만 다른 음란물 제작·유포 사건과의 관련성과 공범 여부 추가 조사를 위해 변론 재개 신청을 했고 향후 죄질에 부합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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