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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총선 맞수) 서울 구로을, '문 대통령 복심' 윤건영 vs '3선 자객' 김용태 대결
20년 민주당 텃밭 '수성이냐, 탈환이냐'…코로나 핵심 변수
2020-03-29 06:00:00 2020-03-29 06:00:00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이번 4·15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 지역구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윤건영 전 대통령국정기획상황실장과 문 정부 심판론을 내세운 3선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이 맞붙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물러난 자리에 민주당은 일찌감치 윤 후보를 내세웠고 통합당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 후보를 배치했다. 윤 후보를 겨냥한 '자객 공천'인 셈이다. 대통령의 최측근과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야당 중진의 대결이 펼쳐지는 곳으로, 여야 모두 물러설 없는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구로을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박 장관이 18·19·20대 총선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지역이다. 서울 내 대표적인 여권의 텃밭으로 꼽힌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이 불 때도 이 지역은 박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박 장관은 5만523표로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의 2만9407표, 정찬택 국민의당 후보의 1만1777표를 가뿐히 넘어섰다.
 
이를 바탕으로 윤 후보는 풍부한 국정 경험 기반을 내세우며 깃발을 사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정권 심판'으로 저지하겠다는 각오다. 문 정부의 개혁과 정부 심판 중 어느 쪽에 지역 유권자들이 힘을 실어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미래통합당은 3선 중진인 김용태 의원이 맞붙는다. 사진/ 뉴시스
 
구로을은 수도권 서남부 친여권 진보 벨트의 한 축이다. 신림동, 구로 1~5동, 가리봉동 등 7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아파트 촌과 번화한 상가들이 많은 신도림동과 구로 5동은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은 반면 가리봉동은 쪽방촌과 오래된 다세대 주택들이 모여 있어 지역 개발을 원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역 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2000년대 이후 구로공단에 있던 제조업 공장들이 대부준 경기도 안산과 광명 등으로 이전했고, IT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구로디지털 단지로 탈바꿈 했다. 재개발과 디지털 단지 조성으로 근로 연령층 또한 낮아져 인구 자체도 더 젊어졌다.
 
두 사람 모두 당에서 전략 공천해 이 지역 연고가 없다. 윤 후보는 처음 얼굴을 내민 정치 신인이고, 서울 양천을에서 내리 3선을 한 김 후보 역시 이 동네에서는 신인이나 다름 없어 주민들에게는 낯설다.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윤 후보가 김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텃밭인 데다 지역구 변경으로 기반도 없다 보니 김 후보가 현재까지는 고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지속적인 경제 불황 등으로 문 정권에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등 집권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아 아직 승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도 높아 박빙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역 이슈보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처가 이번 선거에서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경기권에서만 100명이 넘는 확진자를 유발한 콜센터가 이 지역구에 위치한 만큼 서울 어느 지역보다도 코로나 확산 추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집단 감염이 발병한 구로 코리아 빌딩이 공교롭게도 윤 후보의 캠프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빌딩이다. 윤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행히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과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역임했다. 청와대에 있는 동안 대북 특사로 2번 임명됐고, 3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경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2003년부터 5년 동안 대통령 비서실 정무 기획 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구로는 이깁니다. 힘이 되는 사람'이라는 슬로건으로 30년 넘은 구로역을 리모델링 하고 주차장 문제 등 생활 밀접형 공약을 내세웠다. 이와 함께 아파트 단지가 많이 들어선 신도림역 주변에 문화 체육 시설 등을 짓고 2021년 완공되는 서부 간선 도로 지하화 사업과 남구로역 역세권 재개발 사업, 구로 5동 복합 행정 타운 사업도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선거 경력으로만 보면 김 후보가 한 수 위다. 그는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며 서울 험지 출마를 밝혀왔다. '지역구 관리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내리 3선을 지내며 탄탄하게 다진 자신의 양천을 지역구를 당에 반납하고 험지로 나섰다. 사무총장 등을 지낸 당 내 전략통으로 꼽힌다. 3선 중진 임에도 당 내 계파가 없는 소장파로 분류된다.
 
'복심'이 아닌 '민심'을 내걸며 1호선 철도 및 차량 기지 복개 등 '구로 재설계'를 제시했다. △ 구로을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추진 △ 여의도와 연계한 핀테크 산업 메카 등이 핵심 공약이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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