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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안펀드 가동 첫날 자금경색 여전
신용스프레드 10년래 최대…"한은 CP 매입 시행 지켜봐야"
2020-04-02 16:58:35 2020-04-02 16:58:35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발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했지만, 단기 자금시장 경색은 당장 풀리지 않은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059%, AA-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2.093%로 마감했다. 이는 전날보다 각각 0.033%포인트, 0.006%포인트 감소한 수치지만, 두 채권 간 금리차인 신용스프레드는 1.034%포인트로 2010년 3월(1.03%포인트)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적격 등급 하단인 BBB-급 회사채(3년물)는 연 8.302%로 나왔고, 기업과 은행의 자금조달을 위한 신용도를 보여주는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와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각각 2.23%, 1.1%로 집계됐다. CP와 CD 간 스프레드는 1.13%포인트로 확대됐다.
 
통상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회사채 수요가 줄어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 우려로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이 이어진 것이다. 실제 회사채 발행도 크게 줄었다. 지난 3월 발행된 회사채는 모두 5조515억원 규모로, 전월(12조3000억원)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펀더멘털 훼손 등 신용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자금시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갈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채안펀드를 통한 회사채 매입에 돌입했다. 최대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하고, 국고채와 회사채 간 과도한 스프레드를 좁혀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1차적으로 3조원 규모의 캐피탈콜(Capital Call·자금 요청)을 결정했으며, AA-이상 우량등급 회사채 등을 매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은 이날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입찰을 실시했으며 약 5조원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롯데푸드는 오는 6일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푸드는 채안펀드 가동 이후 처음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는 기업으로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전문가들은 채안펀드 등 정부 정책이 채권 시장 안정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업 신용리스크 등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대책 시행으로 크게 위축됐던 국채 투자 심리는 4월부터 점차 안정될 전망"이라면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채안펀드(총 5조원) 시행 후 국고물 3년 물이 2개월 동안 160bp이상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국내 기관의 국채 매수 심리는 시간이 갈수록 안정을 찾아갈 전망으로, 이제는 외환시장 안정 등 외국인 매도를 진정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극단적인 패닉성 매도는 다소 진정됐지만 크레딧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채안펀드에 출자하는 자금의 50%는 한국은행이 RP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나머지 50%는 각 기관들이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한계가 있는데다 구체적인 매입대상이나 채안펀드 출자기관들의 자금조달 방식 등이 알려지지 않음에 따라 크레딧 약세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또 "기업 펀더멘털 훼손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도 존재한다"면서 "최근 신평사들은 대한항공과 두산중공업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대상에 올렸고, 다수 기업과 업황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사례를 돌아볼 때 AA등급 이하 크레딧 신용 경색이 완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한은이 증권사를 통해 CP를 매입 시킨 이후부터였다"며 "향후 크레딧 매입 지원 정책이 더해진다면 신용경색을 완화시키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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