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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낸 '미성년 n번방 운영자', 얼마나 감형될까
"소년법 적용으로 최대 징역형…반성문은 참작만 할 뿐"
2020-04-03 06:00:00 2020-04-03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n번방' 운영자와 회원 중에 10대 청소년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적 '소년'이지만 개정을 통해서라도 엄한 벌이 내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텔레그램 음란영상방 가해자들의 상당수가 미성년자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일 구속된 16세 '태평양' 이모군은 '박사' 조주빈의 후계자로 불릴 정도로 혐의 수준이 높다. 최대 2만명이 가입된 '태평양 원정대'를 운영하면서 성착취 영상을 포함한 수천재의 음란물을 유포했다.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사이버성범죄 방지법 즉각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의 n번방'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방을 운영했던 '로리대장태범' 배모군(19)도 고등학생이다. 그는 공범 4명과 역할을 나눠 영상 제작과 유포에 이르기까지 조직적으로 범햄을 저질렀다. n번방 2대 운영자인 '와치맨' 전모씨에게서 대화방을 이어받은 '커비' 조모군(18)도 인천 소재 고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이다. 조군은 링크 공유방을 운영하며 이용자들을 유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자뿐만 아니라 회원 중에도 미성년자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이 소년이라는 이유로 약한 처벌이 내려져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는 미성년자의 경우 소년법 적용을 받아 성인과 비교해 약한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소년법 제60조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의 경우 장기는 10년을 넘지 못하도록, 단기는 5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있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질러도 최대 15년의 유기징역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법원 관계자는 "미성년자들은 아직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년법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장기와 단기로 형기의 상한과 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해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조기에 출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후 7개월 된 딸을 방치에 죽음에 이르게 한 부부 중 아내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1심에서 장기 15년에 단기 7년형의 부정기형을 받았고 항소심에서는 최단기형인 7년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n번방 사건 관계자들처럼 반성문을 작성하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감형의 여지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주빈 지시로 성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모씨가 지난달 여덟 차례 반성문을 냈고 '태평양' 이모 군도 반성문을 썼다.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판사가 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기를 법정 최저형의 2분의 1까지 깎아줄 수 있도록 한 제도)'을 노리는 것이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대표변호사는 "자수서(반성문)를 내는 것 자체는 참작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제출하기 때문에 제출만으로 감형이 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운영자들이야 징역형을 받게 되는 수순으로 이어지겠지만 미성년자가 가입해서 본 정도는 자수서로 처벌 수위가 많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 "여러 번 내는 것보다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담아 한 번을 쓰더라도 진정성 있게 쓰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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