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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특수? 먹구름 잔뜩 낀 일본 폰 시장…삼성·LG도 타격
일본 내 투자·소비 위축
2020-04-06 06:01:17 2020-04-06 10:09:23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연기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올림픽 특수를 노렸다가 1년 연기 확정으로 허탕을 친 삼성전자와 LG전자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최악의 경우 지난해보다 28% 하락한 2070만대, 그나마 최상의 경우에도 13% 감소한 251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출하량이 전년 대비 11% 하락했던 일본으로서는 올해 올림픽으로 반등을 꿈꿨으나 예상치 못한 연기와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오히려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기 부양의 꿈을 안고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위해 쏟아부은 예산은 우리 돈으로 약 15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연기로 인해 인건비와 광고비 등이 추가되고 있는 실정이고 이와 더불어 7조13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올림픽 정상 개최로 예측됐던 국내총생산(GDP) 19조원 상승효과는 이미 물 건너갔다.
 
올림픽 연기와 코로나19로 인해 일본 시장은 투자와 소비 모두 점점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애초 올림픽 개최로 인한 경기 부양을 기대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일본 기업들의 최근 현금 흐름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이 계속되면서 일본 스마트폰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쇼핑몰과 소매점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지 않는 경기 침체 현상은 일본의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일본 정부는 5G 상용화의 주 무대로 올림픽을 선택한 뒤 업계 전반에 걸쳐 5G 기술력을 뽐낼 방침이었다. 하지만 카날리스 관계자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일본 내 값비싼 5G폰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들로서도 초기 막대한 5G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훨씬 더 긴 공백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패럴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자 지난달 25일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 시청의 한 작업자가 올림픽 게시물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러한 일본 분위기는 5G 스마트폰을 활용해 '애플 천하' 일본 시장의 틈새를 노리는 국내 업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애플이 올림픽 이후 일본에 5G폰을 출시하는 만큼 애초 삼성전자·LG전자는 이른 상품 출시로 '반사이익'을 기대했으나 전례 없는 올림픽 연기로 판도가 다소 바뀔 모양새다. 카날리스는 올림픽 연기와 현 일본 경제 분위기가 올 연말까지 타 업체 5G 포트폴리오를 따라잡으려는 애플에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53.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현재 절대강자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샤프(12.8%)를 비롯해 삼성전자(8.0%), 소니(7.9%), 교세라(7.5%)까지 2~5위 업체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애플에 15% 넘게 뒤진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를 비롯해 KDDI와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5G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시작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20 5G'는 지난달 25일 NTT도코모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고 LG전자도 조만간 'V60 씽큐 5G'를 일본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림픽 특수가 사라진 김빠진 상황에서 소비 위축까지 예견되는 만큼 올림픽 연기 이전 기대했던 성장폭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개관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갤럭시 체험관 '갤럭시 하라주쿠'가 올림픽 연기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최근 무기한 운영을 중단하는 등 일본 시장 공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 문제는 일본 스마트폰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두에 해당되는 얘기"라며 "이미 올림픽 연기와 상관없이 지난달 일본 이동통신사들이 5G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국내 업체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지만, 상황을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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