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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포스트 코로나 정치' 달라져야
2020-04-14 06:00:00 2020-04-14 06:00:00
"커서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매일 놀고 먹는 것이 부러워서요."
 
한 청소년이 최근 모 방송을 통해 농담으로 한 말로 기억된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말에 리포터(사회자)는 대단히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어 대견하다는 취지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두 번째 문장의 대답이 나왔다. 적지 않게 당황한 리포터는 다음으로 질문을 넘겼다. 
 
시간을 거슬러 17대 국회때 국회를 출입하던 기자에게 원고 청탁 의뢰가 들어왔다. 국회사무처에서 발간하는 국회보에 출입기자들이 일종의 단상을 적는 코너가 있는데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당시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질 않으나, 기자는 가상의 상황을 가정한 에피소드 형태의 글을 썼다.
 
과학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해 인간의 뇌를 바꿔 낄 수 있는 먼 미래가 이야기의 배경이다. 뇌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 가게를 찾은 손님이 가장 비싼 뇌를 찾자, 가게 주인은 아주 고가의 뇌가 있는데 이는 국회의원의 뇌라고 답했다. 이에 아니 왜 국회의원의 뇌가 비싸느냐는 물음에 주인의 대답이 가관이다.
 
"여러 뇌가 있는데 많이 사용한 뇌는 가격이 그만큼 싸고, 반대로 사용하지 않은 뇌일 수록 고가로 책정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국회의원이 머리를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참으로 웃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무려 10년도 넘게 전에 쓴 글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막말과 근거없는 비방, 가짜뉴스에 근거한 인신공격 등이 난무한 선거판을 보니 과거와 전혀 달라진 것이 보이지 않아서다. 
 
국회의원의 본업은 국민을 대표해 민의의 전당에서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본업은 뒤로 우선순위가 미뤄지는 분위기다.
 
실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지난 10일 기준으로 2만4003건이다. 이 중 처리된 안건은 8574건에 불과하다. 역대 국회 최저치다.19대가 20대 다음으로 적었는데 법안 처리율이 42.8%였다. 20대는 더 떨어져 35.7%다. 즉 19대 20대로 갈수록 법안 처리율이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21대 국회는 30%대 초반이나 20%대로 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당연히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
 
4·15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에 처한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거리를 유지하며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을 것이다. 다소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국민들은 무엇을 바랄까. 당연히 일하는 국회 즉 정쟁을 자제하고 국민 삶의 질 개선에 힘쓰는 정치를 희망할 것이다. 
 
이에 응답하기 위해 여야 모두 포스트 코로나 국회에서는 다르게 정치 활동을 했으면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전과 후의 일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인류 삶의 패러다임이 새로운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모쪼록 정치도 과거의 부적절한 관행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났으면 한다. 정책적 방향성에 근거해 법안을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당리당략에 근거해 이전투구를 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먼 미래 어느날 뇌를 파는 가게에서 국회의원의 뇌가 최저가로 팔렸으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권대경 정경부 에디터 kwon2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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