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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감독이 빠져드는 ‘넷플릭스’ 마력 무엇일까
막강한 자본력?창작자 연출 보장?세계 시장 장악…3박자 매력
전통적인 스크린 산업 타격 받을까…“무너질 우려 없지만”
2020-04-13 16:55:14 2020-04-13 17:16:1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스크린 상영이 유명무실해질까. 아니면 스크린의 또 다른 대안으로 몇 년 전부터 떠오른 온라인 스트리밍이 주목되는 계기가 될까. 최근 영화 ‘사냥의 시간’ 계약 분쟁도 이 질문의 연장선에 있다. 이런 분위기는 세계 최대 시장 장악력 그리고 막강한 자금력, 여기에 창작자의 연출 방식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일종의 ‘무관심 제작 지원’이 넷플릭스의 전매특허로 떠오르며 스타급 연출자와 작가 배우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전 세계에 이미 팬덤을 보유한 봉준호 감독이지만 2017년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 ‘옥자’가 그를 세계적인 감독으로 이끌었단 점에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넷플릭스의 자금력은 할리우드 특급 스타들을 끌어 모았다. 동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성공 척도로 여겨지는 국내 시장 선점에 넷플릭스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봉준호의 ‘옥자’는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190개국에서 공개됐다. 특히 국내에선 봉 감독의 제안에 따라 ‘온라인+극장 상영’이란 전례 없던 방식이 도입됐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인 안착을 할 수 있던 계기다.
 
(좌로부터) 봉준호, 김성훈, 이재규, 황동혁 감독. 사진/뉴스토마토DB
 
시즌2까지 이어진 ‘킹덤’도 마찬가지다.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특급 대우를 받는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의 현장 제작 참여는 전혀 없었다”면서 “내가 생각한 세계관을 감독님과 함께 오롯이 투영시킬 수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옥자’와 ‘킹덤’의 사례 만으로도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잠식 속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로컬 가입자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넷플릭스의 방침을 차지하고서라도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란 이름이 대중화된 계기는 명확했다.
 
‘투자는 하고 관여는 하지 않는’ 넷플릭스의 이 같은 투자와 제작 시스템은 국내 특급 배우와 연출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넷플릭스 역시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활성화된 대한민국 시장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여러 인기 웹툰의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확정과 완벽하게 창작된 새로운 각본의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는 이유다.
 
영화 ‘완벽한 타인’으로 500만 흥행을 일궈낸 이재규 감독이 2년 만에 신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스크린이 아닌 넷플릭스였다. 그는 좀비 장르인 동명의 인기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넷플릭스와 손잡고 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들 예정이다. JTBC 스튜디오와 필름몬스터가 공동 제작하며, 오는 6~7월께 촬영에 들어간다.
 
감각적인 연출자로도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배우 정우성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자로 나선다. 물과 식량이 부족해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달로 향하는 정예 대원들의 얘기를 그린 SF 스릴러다. 2014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이 원작이다. 배두나가 주연으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최고 기대작은 정유미와 남주혁이 함께 출연한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퇴마가 소재이지만 경쾌하고 밝은 느낌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연출했고, 모든 촬영이 끝난 상태다. 현재 후반작업과 함께 전 세계 공개를 위해 자막 작업까지 병행 중이다.
 
영화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인생 패배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100억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며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다. 이정재와 박해수가 주연으로 확정됐다. 조만간 촬영에 돌입한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김성호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도 주목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배우 이제훈이 유품정리사 ‘상구’, 신예 탕준상이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청년 그루로 출연한다. 
 
넷플릭스와 새로운 작품을 작업하기 위해 준비 중인 한 영화 관계자는 13일 뉴스토마토에 “창작자와 제작자의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매력적인 플랫폼일 수 밖에 없다”면서 “창작자의 연출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 그리고 손익분기점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여러 스타급 연출자와 배우들에게 크게 어필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전통적인 스크린 산업 넷플릭스 하나로 무너질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국내 영화 시장의 구조상 스크린 산업은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기둥이 타격을 받으면 그 밑에 있는 기반이 타격을 받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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