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내 완성차업계의 지난달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판매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영향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업체의 4월 판매량은 34만194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만2571대와 비교해 48.4% 감소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사진/현대차
내수는 14만5000여대로 6.5% 증가하면서 선방했지만 수출이 19만7000대가량으로 63% 가까이 줄어든 탓이다.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가 수출 절벽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 현대차는 지난달 총 15만9079대를 판매했는데 내수는 7만1042대로 0.5% 줄었고 수출은 8만8037대로 70% 급감했다.
내수는 그랜저(하이브리드 모델 3434대 포함)가 전년 동기보다 48% 늘어난 1만5000대 팔리면서 이끌었다. 아반떼는 2016년 6월(1만2364대) 이후 가장 많은 8249대가 판매됐고 쏘나타는 5385대가 팔렸다. 팰리세이드(5873대)와 코나(4288대), 싼타페(3468대)도 판매되면서 힘을 보탰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G80 4416대를 포함해 1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과 일부 해외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해외시장 판매가 감소했다"며 "전 세계에 유례없이 닥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역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도 해외 판매가 절반 이상 줄면서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 쳤다. 기아차는 지난달 판매량은 13만4216대로 41.1% 감소했다. 해외가 8만3855대로 54.9% 줄어든 탓이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시장에서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딜러 판매 활동이 제약된 데다 해외 공장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는 5만36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 증가했다. 3월 중순 출시된 4세대 쏘렌토는 9270대 팔리면서 최다 판매 모델로 이름을 올렸다. 셀토스 5597대, 니로 2300대, 모하비 2143대 포함해 RV 모델은 총 2만3599대가 판매됐다. 승용차는 총 2만1240대가 팔렸는 데 K5 7953대, K7 4772대, 모닝 2960대 등이다.
기아차는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쏘렌토와 K5 등 신차를 앞세워 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하면서 4월 판매량이 6813대로 전년 동기보다 46.4% 감소했다. 내수는 6017대, 수출은 6813대로 각각 41.4%, 67.4% 줄었다.
쌍용차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G4 렉스턴 화이트 에디션과 커넥티드 서비스 인포콘을 신규 적용한 티볼리·코란도 등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고 있다.
쌍용차 측은 "국내 업계가 본격적으로 올해 임금 관련 교섭을 시작하기 전에 2020년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하는 등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은 수출이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한국지엠의 지난달 판매량은 2만8749대로 27%가량 줄었는데 수출은 2만2043개로 33% 정도 줄었다. 내수는 6706대로 4.2% 증가했다.
내수에서는 쉐보레 스파크와 트레일블레이저가 각각 2131대 1757대 팔리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 총 1만1762대가 수출되는 등 한국지엠 정상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수출이 급감했지만 내수 판매가 크게 늘면서 가장 선방했다. 르노삼성의 지난달 판매는 1만3087대로 전년 동기보다 4.6% 감소했다. 수출이 7545대에서 2072대로 72.5% 감소했지만 내수가 6175대에서 1만1015대로 78.4% 증가하면서 상쇄했다.
내수 호조는 3월 출시한 XM3가 이끌었다. 프리미엄 디자인 SUV를 표방하는 XM3는 내수 판매의 60%에 가까운 6276대가 팔렸다. 소형이지만 준중형급 공간과 국내 유일의 쿠페형 디자인 등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QM6는 전년 동기보다 29.9% 증가한 3576대가 팔리면서 거들었다. QM6는 판매의 54.3%를 차지하는 LPG 모델이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QM6의 LPG 모델은 도넛 탱크로 기존 LPG 차량 고객의 애로로 꼽히던 출력과 트렁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넛 탱크는 트렁크 하단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LPG 탱크를 탑재하는 기술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