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00"…복고 감성 충만해진 스마트폰 업계
이전 인기 모델 재현 증가…상향 평준화 시대 '새로운 자구책'
2020-06-12 06:05:15 2020-06-12 08:12:21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레트로(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변화에 민감한 스마트폰 업계도 이에 발맞춰 고객의 옛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뜨거운 분위기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여러 신제품 기획안 가운데 회전되는 디스플레이 두 개를 이용해 동영상·게임 등을 가로로 즐길 수 있는 이른바 '가로본능 스마트폰'(가칭)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출시돼 DMB 가로 시청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삼성전자 피처폰인 애니콜 '가로본능'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출시가 된다면 피처폰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강한 향수를, 신세대에게는 색다른 면모를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LG전자는 지난달 공개한 새 스마트폰 'LG 벨벳' 디지털 캠페인 영상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했다. LG 벨벳을 중심으로 각 시대를 대표했던 초콜릿폰, 아이스크림폰 등을 교차로 보여주며 LG폰이 고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 했다는 것을 상기하려 했다. 이전에 고객의 큰 관심을 낳았던 폰들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나란히 클램셸(조개껍질) 폴더블폰을 내놨던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도 '레트로 감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모토로라 폴더블폰 '레이저'는 200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레이저' 폴더폰 디자인을 쏙 빼닮았다. 단순히 겉만 흡사한 게 아니라 상단 설정에 '레트로 레이저' 기능을 탑재해 옛 폴더폰 디자인이 그대로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과거 출시한 슬라이드폰이 등장하는 'LG 벨벳' 디지털 캠페인 영상.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삼성전자가 올해 내놓은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상하로 접고 펼 수 있어 과거 폴더폰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출시 이후 "과거 폴더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애플은 4월 구형 아이폰8과 거의 흡사한 2세대 아이폰SE을 공개하며 레트로 대열에 합류했다. 아이폰8이 2017년 출시된 만큼 폴더폰과 같이 완전한 복고 열풍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이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홈버튼'이 아이폰8 이후 처음 복귀했다. 2세대 아이폰SE과 아이폰8 두 모델은 보호 케이스가 상호 호환될 정도로 외형상 분간이 어렵다. 
 
업체들이 앞다퉈 레트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불황을 맞은 업계 상황을 타개하려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제품 교체 주기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9500만대로 2014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3억대 문턱을 넘지 못했다. 타룬 파탁 연구원은 "소비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복고 열풍은 정말 바꿀만한 기능이 있느냐를 꼼꼼히 따지는 고객에게 좀 더 친숙히 다가가려는 업체들의 노력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복고 열풍이 분다는 이야기는 일정 부분 맞는 거 같다"라며 "모토로라의 경우 처음 폴더블폰으로 출시하다 보니 현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이전과 비슷한 디자인을 적용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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