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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장님”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 슬픔에 빠진 시민들
고 박원순 시장 분향소 시민 2만여명 찾아, 온라인 추모 62만명 넘겨
2020-07-12 14:36:35 2020-07-12 16:40:56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에 슬픔에 빠진 시민들이 시청광장을 찾아 추모 행렬을 이뤘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일과 13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박 시장의 시민 분향소를 마련해 시민들의 조문을 받는다.
 
조문은 누구나 방문할 수 있으며, 조화나 부의금은 따로 받지 않았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손 소독, 명단 작성 등이 이뤄졌으며, 경찰과 서울시 직원 등이 배치돼 질서 유지를 도왔다.
 
박 시장을 추모하는 많은 시민이 찾으면서 분향소 방문객은 이날 낮 12시 1만명을 넘었다. 이날까지 누적 방문객은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가 마련한 온라인 분향소에도 이날 오후 1시 기준 62만명이 다녀갔다.
 
12일 오전 휴일에다가 이른 시각인데도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은 이미 분향소에 입장하기 위한 시민들의 줄로 서울광장을 원으로 둘러쌓다. 오전만 해도 서울광장을 지나 시청 정문 인근에 ㄹ자로 서던 시민들은 낮이 되자 시청 후문까지 행렬이 이어졌다.
 
추모 행렬이 길어져 추모하기 위해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지만, 대부분 짜증을 내거나 발길을 돌리지 않고 무겁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망연자실한 얼굴로 분향소를 바라봤다. 이미 기다리면서부터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으며, 특히, 추모를 마치고 나오는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슬픔을 참지 못해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검은 정장으로 예를 갖춘 청년,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 한복을 입고 온 노인, 백팩을 메고 온 대학생, 휠체어를 끌고 온 장애인 등 저마다 모습은 달랐지만, 굳은 얼굴로 모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유투버들이 무리하게 현장에 진입하려다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주변과 안전요원의 만류로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중랑구 면목동에서 온 정원진(41·남)씨는 “시장님이 지은 책을 읽고 예전부터 존경해 매번 투표도 했는데 이렇게 가셨다”며 “그저 명복을 빌고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온 김민석(21)씨는 “시민 일상이 나아지도록 노력한 시정철학에 공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왔다”며 “안고 가신 짐은 하늘에서 반성하시고, 저희는 저희대로 가시고자 한 길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새벽부터 올라온 김대환(54)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노회찬 전 대표도 그렇고 제 삶에 이런 사태는 더이상 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부모를 잃은 것이 가족의 슬픔이라면, 시장님의 죽음은 국민의 슬픔으로 부모님을 잃은 것보다 더 큰 일”이라고 슬퍼했다. 성북구 길음동에서 온 김경식(72)씨는 “한평생 나라 위해 희생한 분으로 시민위한 정책을 펴느라 가진 자 원성도 많이 들었다·며 “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잘 안 믿겨진다. 그런 이슈로 죽을 일인지 모르겠다. 이젠 편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모(29·여)씨는 “미투 의혹과는 별개로 성희롱·성추행이란 개념을 우리 사회에 처음 만든 분”이라며 “지금 상 중인데 가짜뉴스로 정치적 공세하는 언론과 정치권을 바꿔야 한다. 5일장보다 더 길게 국민장으로 해도 모자르다”고 주장했다. 구로동에서 온 인보현(39·남)씨는 “잘못을 옹호하고 싶지 않지만 업적을 미워할 수 없어 추모의 마음으로 왔다”며 “이미 돌아가신 분에게 손가락질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사회가 각박하다. 왜 하필 이런 방법이어야 했는지 잘못이 있다면 죗값을 치르시지”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로 폐쇄된 시청 정문 앞 안내판에는 시민들이 놔두고 간 꽃다발과 함께 "우리의 시장님이어서 행복했습니다", "너무 그리울 겁니다", "우리의 영원한 시장님입니다", "안녕 시장님" 등의 메모가 남겨졌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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