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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중고차, 상생으로 거듭나길
2020-08-04 06:00:00 2020-08-04 06:00:00
"골목 상권이나 다름없는데 새 차도 많이 팔면서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혼자 다 하겠다는 생각이네.", "하루빨리 되면 좋겠다. 지금은 사고 싶어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지인들과 나눈 대화의 일부다. 당시 오간 얘기처럼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판매가 논란이다.
 
완성차 업체는 최근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고 기존 중고차 업체는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중고차 업계가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권이다. 대기업이 등장하면 양질의 차량을 모두 흡수해 소상공인 비중이 큰 기존 업체는 상품성이 좋은 중고차를 확보하지 못하고 고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이 형성돼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완성차 업계는 오히려 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시장이 확대되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 기회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 수입차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한다.
 
모두 일리가 있다. 중고차 시장은 현재 누구도 2% 이상을 차지하지 못할 정도로 고만고만한 업체가 경쟁을 하는 곳이다. 여기에 신차 시장을 70%나 점유한 대기업이 등장한다면 압도적 힘을 갖게 될 것은 분명하다. 만약 이런 힘을 이용해 가격·물량을 통제한다면 그 폐해는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
 
반대로 중고차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 판매가 늘고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고차 산업 변화 속에서 기존 업체나 종사자 숫자는 줄 수 있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수익을 만들어낼 새로운 사업 모델이 만들어지고 청년 일자리가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 대기업이란 이유로 역차별을 받아 할 이유도 없다.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하기 어려운 주장이 부딪힐 때는 서로의 이익을 조금씩 내려놓는 양보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당사자에게 가장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를 위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못할 이유가 없다.
 
현시점에서 소비자는 무엇보다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 확보를 바란다. 차량의 상태를 믿을 수 없고 허위·미끼 매물이 많아서다. 소비자는 신뢰에 대한 대가로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는 있지만 압도적 지위의 사업자에게 통제당하면서 '바가지'를 쓰고 싶지는 않다.
 
대기업의 진입을 기다리지만 기존 업체가 무너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바람은 간단하게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존 업체는 대기업을 무작정 막아서기보다 시장 정화와 시스템 선진화에 집중하고 대기업은 중고차 물량을 독식하지 않으면서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나눠 기존 업체가 살아갈 여지를 남겨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생떼와 과욕을 부리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말도 위선이 될 수밖에 없다. 허위매물에 당하는 것이나 독점적 사업자에게 휘둘려 마음대로 소비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나 '호갱'이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상충한 이해가 상생으로 가는 길은 열려있다. 이해 관계자들이 뜻을 모아 걸으면 된다. 불신과 불안, 불만을 걷어내고 믿음과 편안함, 만족으로 거듭날 중고차 시장을 향해.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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