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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금융권, 잇단 채권 발행 괜찮을까
2020-08-04 06:00:00 2020-08-04 06:00:00
최근 금융지주들이 신종자본증권(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비율 개선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까지 작년 전체 물량 수준인 2조52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시장에서도 은행 이자보다 높은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이유에서 개인 고객들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여타 후순위채 보다 1%포인트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만큼 신종자본증권의 위험성은 적지가 않다. 실제 금융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해당 채권은 상각되면서 투자자는 원금을 손실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사에는 향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이 추진 중인 회계기준(IAS32) 개정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이 아닌 부채로 재분류되는 잠재적인 우려가 존재한다. 
 
금융지주들이 설명하는 최근 발행량 증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2015년 발행한 물량들의 만기가 일제히 돌아오는 탓에 기존 채권을 차환하기 위한 용도다. 또 하나는 최근 진행한 인수합병(M&A)에 따른 자금 확보 내지 재무건전성 회복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발행량은 두 번째 설명한 인수자금과 관련한 용도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발행 때마다 "연간 발행계획 내에서 발행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며 재차 강조했다. 
 
시장에선 우리나라 금융지주들이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사실상 금융지주들도 보도자료를 통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재무건전성을 방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할 전망이 많은 상황에서 이 같은 발행량 증가는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카드사, 보험사, 캐피탈사 등 보유 계열사의 미래 실적악화에 대한 재무적 부담 증가를 내포하는 건 아닌가 해서다. 더구나 최근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계열사 확장에 나서고 있어 이러한 걱정을 키운다.
 
저금리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계열사를 늘리는 전략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그 상황에서 일부 자금조달 수단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는 점은 자칫 소위 '실탄' 없이 무리한 인수에 나섰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코로나발 위기가 어디서 갑작스레 촉발될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다. 금융지주가 시스템적 중요도가 큰 만큼 리스크 관리에 보다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신병남 금융부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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