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마치 무협 소설 보는 듯한 ‘태백권’
무협 액션 베이스에 코미디와 가족 이야기 더해진 영화
입력 : 2020-08-06 13:00:00 수정 : 2020-08-06 13: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태백권은 마치 무협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그렇다고 전통 무협은 아니다. 코미디가 가미되어 조금은 가벼운 느낌마저 준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 무협지를 꽤나 읽어본 이들이라면 나름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 있는 영화다.
 
무협 소설은 보통 주인공이 역경을 만나고 이어 기연을 얻어 성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안에서 매력적인 여성이 등장하고 위험에 빠진 여성을 구하면서 서로 애정이 싹튼다. 또한 대의를 완성하는 이야기가 기본적인 구성이다. ‘태백권의 베이스가 무협이다 보니 전통적인 무협 소설의 세계관을 어느 정도 가지고 간다. 성준(오지호 분)은 국내 유일의 태백권 전승자를 가리는 결전의 날을 앞두고 20년 동안 동거동락하며 무술을 함께 연마한 사형 진수(정의욱 분)가 사라지자 그를 찾으러 속세로 내려온다. 성준은 우연히 위험에 빠진 보미(신소율 분) 구해주면서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 가운데 일상의 행복을 위협하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성준은 7년간 숨겨 왔던 태백권을 다시금 펼치기 시작한다.
 
태백권은 전통 무협이 아닌 코미디 액션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무협 소설과는 다른 설정이 재미를 준다. 우선 성준은 태백권의 묘를 살려 지압원을 오픈하며 생계를 이끌어간다. 하지만 20년간 무술만 연마한 탓에 돈 버는 재주가 그다지 없는 탓에 아내 보미에게 구박만 당한다. 대출에 사채까지 끌어다 지압원을 차린 보미는 사채 빚 독촉에 고민하던 차 근처 마사지 가게가 다이어트 마사지로 인기를 끌자 다이어트 지압을 한다고 광고를 한다. 식욕을 억제하는 혈을 비롯해 가슴이 커지는 혈 등 설정을 비롯해 성준이 혈을 짚는 모습 등이 코믹하게 그려져 웃음을 준다.
 
태백권 오지호 신소율 정의욱. 사진/이노기획
 
 
또한 우리나라의 3대 산의 이름을 활용한 태백, 백두, 금강권의 설정도 흥미로운 요소다. 공격적인 호랑이 권법의 백두권과 자연과 조화를 이룬 봉술의 금강권, 방어에 초점을 둔 태백권 등 전통 무협 액션의 새로운 해석으로 기존의 무협 소설과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 소설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설정이 은둔 고수다. 실력을 숨긴 고수가 본 실력을 드러내는 순간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대목이다. 성준은 우리나라의 3대 문파 중 하나인 태백권을 익힌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일상은 지압원에서 아내에게 구박을 당하는 인물. 이러한 인물이 본 실력을 드러내는 순간은 판타지, 혹은 무협 소설에서 고수가 실력을 드러내는 순간의 짜릿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금강권의 전승자로 등장하는 인물 역시 은둔 고수처럼 갑작스럽게 정체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태백권이 무협 소설처럼 대의를 위한 싸움을 하는 이야기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성준과 대립하는 인물, 두 사람을 통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가장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성준은 위협이 되는 인물로부터 아내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태백권을 펼친다. 성준을 위협하는 장만웅(장동 분) 역시 아내와 딸을 가둬둔 채 협박을 하는 만가진(김결 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처럼 두 가장은 각기 다른 노선에서 대립을 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러한 부분은 대의를 위해 주인공이 싸우는 것과 다르다 할 수 있다.
 
태백권 오지호 신소율 정의욱. 사진/이노기획
 
 
태백권은 그런 면에서 복합적인 장르라 할 수 있다. 무협이라는 큰 틀 안에 그 안에 코미디와 가족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성이 조금 헐겁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무술과 코미디가 한데 어우러지지 않고 따로는 노는 느낌을 준다. 그러다 보니 액션 영화와 코미디 영화를 번갈아가면서 동시에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코미디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코미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액션은 나름 볼거리가 있다. 수련을 하는 공간과 속세가 주는 공간적인 대비가 극과 극이다. 그렇기에 대나무 숲에서 수련을 하는 성준의 모습이 더욱 무림의 고수처럼 비춰진다. 반대로 속세에서의 성준은 무기력한 모습이 더욱 강조된다. 또 맨몸 액션을 주로 하는 영화들이 보여주는 슬로우모션을 적절히 활용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체의 경혈을 눌러 단번에 상대방을 제압하는 강호의 고수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 오지호, 장동, 정의욱의 날랜 몸동작이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장동의 경우 이연걸, 견자단의 스승으로 알려진 조장관 아래서 중국 전통 무술 우슈를 배운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역 없이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한 장동의 액션 연기도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신소율은 보미 역할을 맡아 지압원의 실장이자 내조의 여왕으로 완벽하게 변신을 했다. 나름 고수라 할 수 있는 성준을 단번에 휘어잡는 모습부터 지압원을 살리기 위해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영업을 하는 모습 등 신소율만의 유쾌함이 캐릭터 곳곳에 묻어 있다. 신소율과 오지호의 유쾌한 부부 케미도 재미를 주는 포인트다.
 
태백권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태백권 오지호 신소율 정의욱. 사진/이노기획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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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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