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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증권사 리포트 유료화
'부수업무' 등록으로 사업화 착수…"공짜라는 인식 개선 필요"
2020-08-12 06:00:00 2020-08-12 06: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증권업계가 리서치센터의 리포트 유료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전면 유료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들이 리포트 접근 권한에 차별을 두는 등 변화를 줬지만 100% 유료 콘텐츠로 전환하지는 못했다. 유료 리포트는 리서치 정보의 질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국내에서 증권사 리포트는 무료 콘텐츠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부터 흥국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증권사 리포트와 관련된 부수업무를 등록한 상태다. 부수업무 등록 내용은 '조사분석 자료 판매 업무', '증권의 가치분석 등에 관한 정보의 판매' 등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작성한 리포트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거나 유료로 판매하기 위한 사전 단계다.
 
리포트 유료화와 관련된 부수업무 등록작업은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키움증권이 이미 2009년 유가증권 가치분석 자료 판매에 대한 부수업무를 등록했고, 한화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도 리포트 관련 부수업무 등록을 마친 상태다. 지난해에는 메리츠·KB·삼성·흥국·한국투자증권 등 5개사가 잇따라 리포트 관련 부수업무를 등록하며 유료화에 나섰다.
 
다만 아직까지 리포트 유료화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자료는 대부분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를 통해 공개되는데, NH투자증권의 경우 일부 리포트는 회사 홈페이지에서만 전문을 볼 수 있도록 했다. KB증권은 리서치 정보를 제공하는 전용 홈페이지 'KB리서치'를 만들어 KB계좌를 보유한 고객만 접근할 수 있도록 운영중이다. 증권사의 조사분석자료를 제공하고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사전작업은 마쳤지만 실제 유료화 단계에 이르진 못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 리포트 유료화는 오랜 이슈다. 리포트 품질을 강화하고 외국 증권사처럼 매도 리포트를 눈치보지 않고 낼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라도 유료화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그럼에도 전면 유료화 시행에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리포트 작성에 들이는 시간과 공을 생각하면 유료 전환을 하는게 맞지만 국내에서는 리포트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 실질적으로 유료화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인고객에 대한 무료 제공도 넘어야 할 산이다. 증권사 홈페이지에만 가도 무료로(일부 증권사 제외) 볼 수 있는 리포트를 유료화할 경우 고객들의 반발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외에도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리서치 자료 접근을 편리하게 해놓은 상황에서 전면 유료화는 먼 얘기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리포트 유료화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오픈채팅방이 급증했고 해당 채널들을 통해서 자료가 공유되기 때문에 유료로 전환해도 자료는 계속해서 배포될 것"이라며 "최근에는 리서치센터에서 직접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수단이 된 만큼 (전면 유료화는)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리포트 유료화를 위해 부수업무 등록까지 마쳤지만 아직까지 리포트 일부 정보 제한, 계좌고객에 한해 공개하는 등 전면 유료화 시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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