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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황각규, 경영 위기에 30년 인연도 '마침표'
롯데그룹, 사드 배치부터 코로나19까지…분위기 쇄신 위해 '용단'
2020-08-13 17:20:38 2020-08-13 17:26:07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13일 사임한 이유는 코로나19 여파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롯데쇼핑 실적이 급락하는 등 최근 그룹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 차원으로 풀이된다. 황 부회장은 30년 가까이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면서 그룹 인수합병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코로나19 등 그룹 위기 상황이 결국 이들 인연에 마침표를 찍게 했다.
 
롯데그룹이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고위급 인사를 단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현재 롯데그룹의 경영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롯데그룹은 2017년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지난해에는 일본 불매 운동 영향으로 국내 사업이 휘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실적 하락을 겪고 있다. 롯데그룹은 오프라인 매장 축소를 결정하고 단계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여기에 최근 출범한 온라인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온’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출발을 보이면서 롯데그룹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롯데온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오프라인 매장 실적 하락과 온라인 거래 시장 확대 분위기에 맞춰 2년간 준비해 온 롯데그룹의 야심작이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이용자들이 앱 사용에 불편을 호소하면서 야심작이라는 의미가 퇴색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롯데온까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황 부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한다.
 
신 회장과 황 부회장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노무라증권과 일본 롯데상사에서 일했던 신 회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입사해 국내 경영에 발을 들였다. 당시 호남석유화학 부장이던 황 부회장이 신 회장 직속으로 배치되면서 30년 인연이 시작됐다. 롯데 측 인사들은 황 부회장이 뛰어난 일본어 실력과 성실함으로 신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사실 황 부회장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연말 인사 때였다. 호텔·서비스BU(부분)장을 맡고 있던 송용덕 부회장이 롯데지주 대표이사 자리로 옮기면서 신 회장 아래 부회장 투톱 체제가 된 것이다. 표면적으로 송 부회장이 인사 및 감사 등 경영 지원 부분을 맡았지만, 업계에서는 부회장 사이 경쟁 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황 부회장 후임으로 발탁된 것도 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정통 유통맨으로 꼽히는 인물로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상품 소핑과 영업 등을 거친 백화점 전문가다. 이 대표가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롯데지주는 신 회장과 송 부회장, 이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지주 몸집 줄이기에 돌입한다. 그동안 그룹을 이끌었던 지주 몸집을 줄이고, 철저한 지원 조직으로 역할을 축소할 예정이다. 각 계열사 인력을 강화해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처리하고 대응하는 역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등 그룹 위기 상황을 현장 경영을 통해 직접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왼쪽)과 황각규 부회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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