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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유영 “‘디바’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 몸 만들기!”
“물 좋아하고 흥미로운 ‘다이빙’ 소재 그리고 감정의 호기심↑”
“수진과 나의 닮은 점? 드러내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 아닐까”
2020-09-24 00:00:01 2020-09-24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실제로 이유영을 만나면 여리다 못해 연약해 보이는 체구가 먼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람 불면 휘청거리고 날라갈 것 같은 그의 가녀린 몸매는 위태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선천적으로 마른 체형이고,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 이유영은 이번 영화 디바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생했던 게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웃는다. 그의 상대역인 선배 배우 신민아는 극심한 고소공포증으로 디바의 주요 소재인 다이빙훈련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유영은 오히려 다이빙훈련이 가장 즐거웠다고. 보기와 달리 이유영의 은 영화계에선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수준. 그는 장르를 불문하고 도전하는 걸 가장 즐기는 몇 안 되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차기작으로 격하게 몸을 쓰는 액션을 꼭 해보고 싶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디바의 출연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다이빙이었다고.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이유영은 디바에 얽힌 얘기를 전했다.
 
배우 이유영.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유영은 다이빙연습과정과 이번 영화에 대한 흥미로움을 전하는 과정에서 얼굴 표정부터 달라졌다. ‘디바를 처음 만난 그 당시의 기분을 고스란히 얼굴로 담아 전하고 있었다. 색다른 무언가에 도전하는 욕구는 프로 배우라면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할 지점이다. 이유영은 그런 점에서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지녔다.
 
정말 다이빙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우선 제가 물을 되게 좋아해요. ‘다이빙은 사실 선수가 아니라면 쉽게 접해 볼 기회가 없잖아요. 너무 기대를 했죠. 그런데 막상 다이빙대 앞에 서니 1m 높이도 아찔했어요. 하지만 훈련을 거듭하면서 점점 높은 것으로 올라갔고, 그 성취감이 대단하더라고요. 영화에서 제가 연기한 10m 높이에서 물구나무 서는 장면에선 정말 뿌듯했어요(웃음).”
 
배우 이유영.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다이빙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이 영화로 이끈 것은 맞다. 하지만 디바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신민아가 연기한 이영그리고 이유영이 연기한 수진’. 두 사람이 최고가 되기 위해 서로에게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얘기였다. 그 안에서 떨어져야 하는 스포츠의 백미 다이빙이 결합되면서 수진과 이영이 느끼는 감정은 관객들에게 따갑게 쏘아진다.
 
수진 배역을 제안 받고 수진의 감정을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읽었죠. 너무 공감이 되더라고요. 제가 평소에도 긴장을 많이 하고 불안감을 안고 사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인지 수진이 느끼는 그 불안감이 뭔지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수진을 악역이라고 보시는 분도 있는데, 전 그렇게 생각도 안 하지만 너무 불쌍한 아이 같아요. 오죽하면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얘기 한 마디 안 했겠어요(웃음).”
 
배우 이유영.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그렇게 이유영이 연기한 수진은 신민아가 연기한 이영의 주변에서만 등장했다. 실제로도 이유영의 출연 분량은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무안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신민아가 연기한 이영이 등장할 때마다 스크린에 이유영이 연기한 수진은 보이지 않아도 그가 있는 것만 같았다. 어딘가에서 유령처럼 이영을 바라보며 무언의 목소리로 감정을 압박하는 것 같았다.
 
하하하.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분량으로만 따지면 만족스럽지 못해요(웃음).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딱 그 부분이 제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분명히 이 장면에선 내가 연기할 수진이 없는데 꼭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강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는 중반 이후부턴 수진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해졌어요. 이영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분위기를 끌고 가는 수진의 존재와 그의 얘기. 그게 보이니 나중에는 아쉬운 게 아니라 너무 마음에 드는 거에요. 전 정말 선한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너무 무섭게 나오고(웃음). 뭔가 짜릿한 느낌도 있어요.”
 
배우 이유영.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숨은 상처는 디바속 수진을 표현하는 강한 이미지다. 가장 친한 친구이지만 또 자신의 존재감과 자아에 가장 큰 상처를 주고만 있는 이영을 향한 열등감. 이영의 배려와 선한 마음씀씀이에 오히려 자신을 끌어 내리려 노력하고 있다고만 믿고 있는 수진의 오해와 상처. 이 모든 감정은 심각한 트라우마로 뒤엉키며 두 사람의 관계를 나락으로 끌고 들어간다.
 
조심스럽지만 저도 남들에게 얘기하지 못한 사연이 있어요. 그런 건 누구나 다 있잖아요. 그리고 저도 수진처럼 지금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도 당연히 있고요. 우리 모두가 지금도 평가를 받는 사회에 살고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와 수진을 넘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수진을 닮았다고도 보여져요. 그 외에 저와 수진이 닮았다면 보이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가 있단 점 일 거에요.”
 
감정의 굴곡이 심했다면 디바는 시종일관 수영복을 입고 등장해야 하는 부담감도 크다. 캐릭터 자체가 다이빙 선수이기 때문에 출연 분량의 거의 대부분이 수영복을 입고 나와야 한다. 함께 했던 선배 배우 신민아도 수영복 촬영이 부담스러웠단 점을 밝힌 바 있다. 이유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조금 다른 부담감이었다. 가녀린 자신의 몸이 근육질의 수영 선수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었다고.
 
배우 이유영.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남자 배우들도 노출이 있는 장면을 위해 몸을 만드는 작업을 촬영 전에 하잖아요. 저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너무 마음에 드는 지점도 있었지만 수영복 노출이 걱정이었죠. 신체를 많이 드러낸단 점에서의 부담이 아니라, 제 몸매가 실제 다이빙 선수처럼 안 보이면 어쩔까 걱정했어요. 촬영 전부터 그래서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많이 하면서 몸을 많이 키웠어요. 그런데 촬영 초반 훈련 장면을 찍다가 갈비뼈가 부러져서 한 달을 쉬고 다시 복귀하니 몸매가 원상복귀 됐지 뭐에요. 하하하.”
 
영화에선 이유영이 연기한 수진이 신민아가 연기한 이영을 뒤쫓는 흐름을 보인다. 물론 실제론 이유영과 신민아는 현장에서 둘 도 없는 친한 언니 동생이었다고. 더욱이 이 영화는 제작자-감독-주연 배우-촬영감독 모두가 여성으로 이뤄진 충무로에선 흔치 않은 구성이었다. 그래서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됐고, 또 그 점이 도움이 됐단다. 그런 사이였지만 영화 속 수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유영은 선배 신민아에게서 이것만큼은 꼭 뺏고 싶다며 웃었다.
 
언니를 보면서 정말 그 경험은 도저히 내가 따라 갈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 힘들고 부담스런 촬영에서도 여유롭고 현장을 이끌어 가는 모습은 노력으로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얼굴 작은 거(웃음). 어쩜 그렇게 예쁘신지. 여자라면 언니의 얼굴은 워너비 중의 워너비 아닌가요. 하하하. 마지막으로 언니에게서 빼앗아 오고 싶은 거? 종아리 길이요(웃음). 저보다 한 뼘 이상은 길더라고요. 그 늘씬한 다리. 하하하. 그냥 언니가 다 부럽고 다 좋아요. 하하하.”
 
배우 이유영.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이유영은 그 동안 사연 많은 인물을 도맡아 연기해 왔다. 어둡고 내면적으로 불안한 인물, 혹은 강하고 임팩트가 있는 인물이 주로 이유영의 몫이었다. 그런 자신의 배우적 이미지 때문에 데뷔 이후 연기할 수 있는 배역에 다소 한계가 있었다고. 이번 디바를 계기로 보다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단다.
 
인터뷰에 나오시는 기자님들도 주로 저와 만나시면서 의외다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세요. 제가 되게 어둡고 조용한 성격인 줄 아시나 봐요. 저 되게 밝고 유쾌한데(웃음). 앞으로 좀 더 몸을 쓰고 활달한 배역을 해보고 싶어요. 여성 액션 스타, 혹은 여성 히어로 등 많잖아요. 진짜 이번 기회로 이유영의 또 다른 얼굴을 봤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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