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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기업가의 성공을 위한 '경연'
2020-09-28 06:00:00 2020-09-28 09:20:11
창업은 나라나 기업을 처음 만들어 세우는 것을 말한다. 이 점에서 왕이나 기업가의 역할이 유사하다. 이들은 리더로써 마지막 의사결정권자로써 많은 것을 알고 실행하며 결단을 내리는 위치에 있다. 특히 기업의 명운이 걸린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요즘처럼 코로나19의 펜데믹(pandemic)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기업의 흥망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과 결단을 해야한다면 누군가의 조력도 필요하다.
 
학생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직장인은 상사나 동료가 조언이나 해법을 알려주지만 기업가는 다르다. 의사결정과 책임이 자신의 몫이다. 때문에 많은 기업가들이 조언과 상담, 협의를 할 수 있는 참모나 멘토를 두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의 필요성을 간과하거나, 의지는 있어도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학습과 의사결정의 과정으로써 모범적인 사례의 하나로 조선시대의 경연(經筵)을 들 수 있다. 경연은 왕이 신하들에게서 성현의 가르침 즉 경전을 공부하는 자리다. 왕이 신하를 스승삼아 혜안을 구하고 가르침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경연은 하루 3번 일정한 시간에 하는 법강(조강, 주강, 석강)은 물론 수시로 왕이 불러서 독대하는 형식의 ‘소대(召對)’를 하였다. 정책현안에 대한 토론과 세미나의 기능도 이루어져 국정방향을 정하거나 문제해결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펼쳐지기도 했다. 조선왕으로써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세종(1898회), 영조(3458회), 성종(9006회)이 경연에 적극적이었고 광해군은 재위 18년간 경연참석이 10회 정도 참석했다고 한다. 정조는 경연은 물론 신하들을 가르치는 ‘역 경연(逆 經筵)’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연은 오늘날 기업가들에게도 유익한 경영수단이 될수 있다.
 
오늘날 기업가들도 경연의 형태는 아니지만 이른 아침부터 조찬포럼에 참석하거나 최고경영자과정 등 각종 모임을 통해 공부하고 있다. 특히 조찬포럼은 벤치마킹과 네트워킹 을 통한 학습과 교류의 장이기도 하지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하고 부족한 자원의 보충과 획득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으로 모여서 강의식으로 학습하기보다 더 유익한 것은 ‘경연’과 같은 개인에 특화된 학습이다. 기업가가 처한 상황이나 역량 등을 고려하여 이에 맞게 학습과 토론, 상담과 협의 등이 가능하다. 멘토링, 코칭, 고문이나 자문, 컨설팅 등 명칭이야 어떠하든 상관없다. 적어도 주변에 2~3명의 조력자와 경연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연은 활용여하에 따라 기업가의 성공에 이바지 한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성공요인은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성공요인이 운(運)이라는 사람도 있고, 성실이라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정직, 체력, 대인관계 등 수없이 많은 요인을 제시한다. 그러나 근본적 요인으로 ‘학습’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노벨상 수상자와 자본가를 배출한 유대인들의 성공노하우는 무엇보다 교육과 학습방법에 있다고 한다. 모든 나라의 국민이 교육에 관심이 높지만 그럼에도 유대인의 주도적·창의적 인재를 만들고 개성과 독립성을 키워주는 학습방법이 인정받고 있다. 한마디로 주입식이 아닌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알고 하나의 방법을 찾으라고 하면 두 세 개의 대안을 마련하는 성과지향적인 방법이다. 유대인은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의견청취, 자신의 의견과 비교·조정하여 납득이 갈 때까지 검토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유대인 두 명에게 세 개의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의견을 제시하고 관철시키려면 주장자의 주장이 객관적이고 타당해야 한다. 토론을 통해 가장 좋은 결론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기업의 의사결정자는 멘토를 정하고 ‘경연’을 해보길 권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세계적인 CEO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는 세계적인 경영학자이자 컨설턴트인 피터 드러커가, 페이스북 주커버그는 세계최고의 기업을 일구어낸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경연의 파트너였다. 어려울 때 누군가가 건네는 한마디가 한사람의 인생이나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주커버그는 스티브 잡스의 사망소식을 듣고 “스티브, 멘토이자 친구였음에 감사드린다(Steve, thank you for being a mentor and a friend)”라는 글을 남겼다. 기업가들이여 왕처럼 ‘경연’의 자리를 만들어보자.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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