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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여당 공수처법 개정안 독립성·중립성 미비"
수사처, 대검·경찰청 상위기관 아니야…필요적 협조 규정 빼야
"수사관 정원 '50~70명' 증원 규정도 수사처 조직 비대화 우려"
2020-09-24 17:50:29 2020-09-24 17:50:29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법원이 여당이 상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독립성과 중립성 측면에서 미비한 점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0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대법원이 지적한 내용 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공서처장의 직무와 권한을 규정한 법 17조 4항에 대한 개정안이다. 현행 규정은 '처장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경우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고위공직자범죄등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기록 및 증거 등 자료의 제출과 수사활동의 지원 등 수사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여당 개정안은 '제4항의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의 장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수사처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상위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사처장의 수사협조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수사처장의 수사협조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 기관에 대한 협조 요청을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을 고려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등의 예외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법 개정안 10조 2항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 10조 2항은 검찰청으로부터 검찰수사관을 파견받는 경우, 이를 수사처수사관의 정원에 포함시킴으로써 공수처 조직의 비대화를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수사처수사관의 인원을 '40명'에서 '50명 이상 70명'으로 늘렸다. 대법원은 "검찰청으로부터 검찰수사관을 인원 제한 없이 파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조직이 비대해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해석했다. 또 "타 기관 파견은 검사뿐만 아니라 검찰수사관의 경우에도 가능하면 제한되어야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개정안과 같이 안 10조 2항 단서를 삭제하는 것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당이 개정안에서 신설한 '공무원의 고위공직자범죄등 고발 의무(안 23조 2항)'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이미 형사소송법에 같은 규정이 있어 중복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234조 2항은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해 이미 공무원의 고발의무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개정안과 같은 규정이 공수처법에는 없지만, 형사소송법상 공무원의 고발의무의 대상인 범죄에는 당연히 '고위공직자범죄등'도 포함된다고 볼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정안 23조(수사처검사의 수사) 3항도 재검토 대상으로 지적됐다. 이 조항은 '감사원·국가인권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국세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특별감찰관은 고위공직자범죄등 사건에 대하여는 수사처에 수사의뢰나 고발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 고발하거나 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대법원은 "개정안의 경우에도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 기관이 어떠한 경우에 수사처에 수사의뢰나 고발을 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회의원 출신의 한 법조인은 "여당 개정안 곳곳에 입법취지나 실무와 모순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 "대법원이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정책의 영역'이라고 전제했지만, 최고법원이 법리적으로 모순되거나 위헌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지적한 만큼 전반적인 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지난 10일 여당 '공수처법 개정안' 일부가 공수처 입법목적에 비춰 독립성과 중립성 측면이 미비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수처 후속 법안에 대한 본회의를 마친 후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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