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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갈길 먼 묻지마 범죄 대책
입력 : 2021-05-26 오후 6:25:38
잊을만하면 온나라가 충격에 빠지는 '묻지마 범죄' 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사에서 지역사회 복귀로 이어지는 교정 과정 전반에 구멍이 나 있지만, 예산과 현행법이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묻지마 범죄자 선별·관리에는 통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수사기관과 교정시설 모두 이 자료를 안 만든다. 대검찰청은 지난 2017년 국감 때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이후 자체 관리하는 통계자료가 없다. 
 
검찰 관계자는 "일선 청에서 올라오는 정보가 부정확하면 통계화하기 상당히 까다롭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까지 포함해 어떤 범죄자가 묻지마 범죄자로 분류되는지 일일이 분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간 국회와 언론에 제출한 자료에도 '주요 사례 현황'이라고 표기했다고 한다.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검찰의 답변은 원론적이었다. 심신미약에 따른 부당한 형 감경 방지 노력, 적극적인 치료감호와 치료명령 청구, 정신건강 상담·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활용, 피해자 구조금 지급 등이다.
 
교정시설도 상황은 열악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치료감호소 수용자는 974명이다. 이 가운데 정신질환 897명, 약물중독 44명, 정신성적장애가 55명이다. 이 가운데 동기없는 범죄 수용자 관련 통계는 별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이들을 진료할 의사 역시 부족하다. 이곳 의사 정원 20명 중 정신과 의사 정원은 15명이다. 4월 현재 정신과 의사 현원은 8명으로 충원율은 53.3%에 불과하다. 지난 2015년 56.7%에서 오히려 줄었다.
 
지난 2014년 묻지마 범죄 유형과 대책을 연구·발표한 윤진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7년이 지난 지금도 개별 범죄자에 대한 '사례관리' 체계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영국처럼 범죄자 재범 위험성을 단계별로 평가하고 경찰과 보호관찰소, 의료기관, 사회복지기관, 심리치료기관 등이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범죄자의 인생사를 입체적으로 관찰하고 안정적인 지역 사회 복귀를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입체적 관리는 요원하다. 7년전 보고서에는 "묻지마 범죄의 증가는 사회가 병들고 있다, 또는 병들어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고 적혀있다. 윤 실장은 그때를 돌아보며 특정한 범죄를 고쳐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은 물론 복지 정책과 전반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질적 사회문제가 늘 그렇듯 국가의 적극적 관심 없이는 묻지마 범죄의 공포는 늘 우리 곁에 드리워질 것이다.
 
이범종 사회부 기자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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