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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시켜 전화기·은신처 마련…범인도피 교사 아니야"
대법 "자신 도피 위해 타인에게 도움 청하는 행위 처벌 못해"
입력 : 2021-11-21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형집행정지 기간이 끝난 범인이 애인에게 부탁해 당국에 알린 주소지와 다른 곳에 기거하고 있었다면 범인도피 교사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범인도피 교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월 절도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그해 9월 악성 고혈압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부산지검은 10월 한달 간 형집행정지를 허가했으나 연장은 불허됐다. 
 
검찰은 같은해 11월 A씨와 신원보증인이자 연인 관계인 B씨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려 했지만 A·B씨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담당 직원이 소재 파악을 위해 주거지에 갔지만 A씨는 도망간 뒤였다. 
 
A씨는 형집행정지 연장이 불허되자 B씨에게 아들 명의의 휴대 전화 개통과 B씨 모친 집에 있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부탁을 받아들여 그해 11월~12월 자신의 어머니 집을 은신처로 제공했다. B씨 아들 명의 전화 개통 날짜는 형집행정지 연장 불허(11월6일) 직후인 같은 달 8일이었다.
 
검찰이 기소하자 A씨는 자신의 전화기 액정이 깨졌기 때문에 B씨 아들 명의로 전화를 개설했고, B씨 어머니 집에 머문 이유도 자택 문이 잠겼기 때문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 B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도피 의사 내지 범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B씨에 대해 사법기관의 추적을 받는 피고인을 도피시킨다는 인식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신원보증인인 B씨가 부산구치소에 A씨 형집행정지 기간과 주거지·연락처 변경시 신고의무 등 주의사항을 안내 받은 점, 형집행정지 연장 불허 문자메시지에 두 사람 모두 반응하지 않은 점, B씨 아들 전화 개통이 위치추적 방지 목적인 점, B씨가 A씨 소재를 파악하려는 경찰에게 연락이 끊겼다고 거짓말 한 점 등이 유죄 근거였다.
 
반면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으므로, 범인이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않는다"며 "지인인 B씨에게 요청해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받고, 은신처를 제공받은 행위는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통상적인 도피의 한 유형"이라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B씨로 하여금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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