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일으킨 전쟁으로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이미 지난달 유류할증료를 올렸는데 이번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업계의 부담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4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달 25일 기준 배럴당 111.13 달러입니다. 이는 1년 전보다 58.8% 오르고 전달 대비 5.1% 오른 가격입니다. 앞서 러시아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점을 볼 때 항공유 가격에 미칠 영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110달러를 돌파하던 원유값이 약간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일(현지시간) 107.67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전날보다 2.6% 떨어진 값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 핵합의 복원 협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러시아 원유가 시장에서 퇴출돼도 핵합의가 복원되면 이란산 원유가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시장에 다시 공급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이끄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오펙 플러스(OPEC+)는 러시아발 공급 부족 우려에도 4월 증산 규모를 하루 40만 배럴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건물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불에 타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미국은 러시아 정유사를 대상으로 원유와 가스 추출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발표했고 러시아 석유·가스에 대한 물리적 제재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이미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를 올려놨습니다. 이번달 대한항공의 한국 출발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뉴욕과 시카고, 워싱턴 등 7곳이 13만8000원입니다. 전달 7만9200원의 약 두 배에 달합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뉴욕과 로스엔젤레스 등 서울 출발 11개 노선에 대한 유류할증료를 2월 6만4400원에서 3월 11만1400원으로 높였습니다.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 소모량은 약 3000만 배럴입니다. 배럴당 1달러가 오르면 약 3000만 달러(약 357억원) 손해를 입습니다. 지난해 4분기 영업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8%였는데 전년도 비중은 15%였습니다. 1년새 연료 소모량이 17% 늘고 급유단가도 87% 높아졌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어 고유가 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대표단이 3일(현지시간)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과 통로 주변 휴전에 합의했지만, 민간인 탈출 이후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